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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양대 노총 ‘경사노위 돌파구’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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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양대 노총 ‘경사노위 돌파구’ 못 찾았다

입력
2019.01.25 21:24
수정
2019.01.25 2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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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참여 여부 묻는 대의원대회 3일 앞두고 전격 회동 

 文 재차 참여 독려 불구 면담성과 없어 노조원 설득 쉽잖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5일 청와대에서 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양대 노총 위원장이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3일 이후 6개월 여만이다. 면담을 끝낸 양측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개편과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경색된 노정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를 설득하는데 힘을 썼고, 김명환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 최임위 개편 반대 등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데 전력했다. 핵심 쟁점에 대해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면담은 오후 4시에 시작해 1시간20분가량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노동시간, 노동 안전 등에서 노동권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사회적 인식이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 노동권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경사노위 참여여부를 묻는 정기대의원대회(대대)를 앞둔 김명환 위원장에 힘을 심어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명환 위원장은 투쟁과 대화의 병행을 주장하는 민주노총 내 대화파다.

김명환 위원장은 특히 정부가 2월 국회 처리를 예고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대해 “민주노총 산별과 지역 대표들은 파업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결의했을 정도로, 이를 바로 잡지 않고 무작정 사회적 대화에 들어오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강한 반대 의사를 전했다. 그는 현안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해결의지 표명을 요청하면서 민주노총 산별노조와의 2월 열린 토론회도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노동계가 지적하는 우려를 알고 있으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주영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온 주체로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참여를 바란다면서도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대화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그리고 그 이상의 실천 여부를 말해달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양대노총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고 김용균 씨의 장례를 설 전에 치를 수 있도록 진상규명과 정규직 전환 문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문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 △제주영리병원 민영화 중단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 동일화 △카풀 문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등 여러 노동계 현안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아 대화참여파인 김명환 위원장의 내부 설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의 최대 주주격인 금속노조 측은 이미 공식적으로 경사노위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정부 역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와 최임위 개편을 2월 임시국회까지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부터 정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높였던 한국노총마저 면담 직전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회의를 거부하고 ‘사회적 대화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통령 면담과는 별도로 이미 경사노위 회의에서 갈등이 컸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면담 한번으로 전환시키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민주노총 역시 현안들에 대한 대통령 답변을 듣기는 했으나 앞으로 사안별로 진행 상황을 봐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다만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구두 브리핑을 통해 “오늘 만남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판을 깨뜨리지 않고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노동계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이번 회동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28일 대대에서 결론짓지 못하면, 노동계의 한 축이 빠진 경사노위 체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정부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출범식에서도 “(민주노총이) 이른 시간 내 참여해주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사노위는 약 1년간의 준비 작업 끝에 민주노총을 제외한 채 일단 출발했지만, 정부로서는 더는 민주노총의 참여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수차례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의지를 표명했던 김명환 위원장은 여전히 내부의 대화 반대파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면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신이 이미 싹 튼 상황에서 서로에게 이해를 요구하다 보니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풀이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신뢰라는 자산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 서로의 변화를 기다려주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탄력근로제 등 제도 개편을 시한을 정해놓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노동계 입장에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려운 문제가 산적한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로 대통령이 대화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면담 한번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대통령이 양대노총 위원장 외에도 산별노조 간부 등 노동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갖는 데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노총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반면 위원장 영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노동계 구석구석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고 대화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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