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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기회” 잇단 M&A로 글로벌 화장품 재도약 포부

입력
2019.01.27 19:00
수정
2019.01.30 10:3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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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중견 화장품기업 에이블씨엔씨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강남 플래그십스토어 ‘갤러리M’. 에이블씨엔씨 제공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강남 플래그십스토어 ‘갤러리M’. 에이블씨엔씨 제공

“시장 상황이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해도, 과감하고 확실하게 우리 길을 가고 있습니다.”

국내 중견 화장품기업 에이블씨엔씨가 남다른 각오를 피력했다. 지난 23일 각 언론사에 배포한 한 통의 이메일을 통해서다. 2000년 국내 최초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출시하며 ‘3,300원 신화’로 파격 행보를 이어갔던 바로 그 에이블씨엔씨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날 화장품 수입 유통기업 ‘제아H&B’와 더마코스메틱 화장품업체 ‘지엠홀딩스’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양사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아H&B는 552억원, 지엠홀딩스는 400억원에 사들여 각각 60%의 지분을 취득했다.

화장품업계에선 에이블씨엔씨의 인수 작업에 일단 합격점을 주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제아H&B는 ‘스틸라’ ‘뿌빠’ ‘부르주아’ 등 해외 프리미엄 색조 브랜드를 국내 공급하고 있고, 자체 브랜드 ‘라포티셀’도 출시해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어서다. 시장에 진출한 첫 해 18억원을 시작으로 2016년 81억원, 2017년 20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400억원대의 성과를 냈다.

지엠홀딩스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셀라피’를 내세워 2015년 49억원, 2017년 88억원에 이어 지난해 약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두루 갖춘 기업들을 손에 넣은 에이블씨엔씨의 미래 가속 성장 역시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화장품업계의 내수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합병(M&A)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중저가 화장품 시장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한때 ‘큰 손’이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드(THAD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발길이 뚝 끊겼고, 할인판매 등 중저가 화장품 시장의 과한 경쟁도 부정적 전망에 불을 지폈다.

‘미샤’도 2012년 4,52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에는 매출액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4,000억원대의 매출액이 2017년 3,743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떨어지더니 2018년 상반기에는 1,683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미샤’를 포함한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등 ‘1세대 화장품 로드숍’으로 불리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1,000억~3,000억원 규모로 매출액이 급락하면서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17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됐다. 몸집을 불리는 데 집중하는 사모펀드의 특성 때문에 업계에는 에이블씨엔씨의 인수합병 목적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그러나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화장품업체 ‘미팩토리’를 324억원에 사들인 이후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2022년까지 미팩토리의 브랜드들을 매출 1,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아H&B와 지엠홀딩스도 각각 550억원과 30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올해는 인수한 업체들의 브랜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기존의 ‘미샤’나 ‘어퓨’의 브랜드 정책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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