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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방극장은 ‘영매ㆍ퇴마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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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방극장은 ‘영매ㆍ퇴마사 세상’

입력
2019.01.25 16:4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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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사이 제작된 ‘퇴마 드라마’ 4개 

 ‘영매’ 된 고준희 정유미 등 청춘스타 

 ‘잔혹 범죄’ 공포 극대화, 빙의물 유행으로 

내달 첫 방송될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빙의’ 한 장면.
내달 첫 방송될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빙의’ 한 장면.

소녀는 버림받았다. 어머니가 딸이 자신처럼 살까 두려워 아이를 품에서 떠나 보냈다고 한다. 소녀의 어머니는 ‘금조’란 신을 모시는 영매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법. 소녀도 영매가 됐다. 외롭게 자란 그의 곁엔 정체불명의 소리와 비극이 떠나지 않는다. 1980~90년대 TV에서 봤을 법한 ‘전설의 고향’이 아니다. 내달 13일 케이블채널 OCN에서 처음 방송될 드라마 ‘빙의’는 드라마 제목처럼 빙의를 주제로 다룬 스릴러 작품이다. 배우 고준희가 영매 서정을 연기하며 사악한 영혼을 쫓는다.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의 반전이다.

21세기에 영매라니. 퇴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KBS ‘오늘의 탐정’을 비롯해 OCN ‘손 더 게스트’, ‘프리스트’ 등 최근 6개월 사이 방송되거나 방송을 앞둔 퇴마 관련 드라마가 4개를 넘는다. 케이블 채널에서 지상파 방송으로 유행이 번지는 모양새다.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서 가톨릭 사제가 구마 의식을 하는 장면.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서 가톨릭 사제가 구마 의식을 하는 장면.

세계 최대 동영상 온라인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에서도 퇴마는 화두다. 영화 ‘비밀은 없다’로 유명한 이경미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퇴마를 소재로 한 판타지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만든다. 2년 전 ‘피프티 피플’로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웹툰의 퇴마 소재 붐은 3년 전 영화 ‘곡성’의 성공으로 더 뜨거워졌다. 이 열기가 보편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안방극장으로 옮겨 붙었다. 사극을 뛰어넘어 청춘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에까지 퇴마가 주요 소재로 활용되며 외연을 넓히고 있는 배경이다. 청춘 스타 정유미는 ‘보건교사 안은영’ 속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귀신을 쫓는다.

퇴마 드라마의 유행은 불안한 사회에 대한 극단의 공포와 맞닿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를 비롯해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들이 잇따르면서 쌓인 현실에 대한 부정이 빙의 소재 드라마 유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엔 종교인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온다. 내달 15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열혈사제’에선 가톨릭 사제가 형사와 의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법과 과학 대신 종교인의 힘을 빌려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범죄를 해결하는 아이러니다. 소설가 박생강은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과 사법 비리로 사회의 정의를 초현실에서 찾고 있는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킹덤’ 등 좀비 드라마가 제작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잃고 소외된 사회 현상의 반영”이라고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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