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일본 물류업계에서 운송회사가 운전기사와 화물차량 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트럭 운전기사 등을 포함한 운송부문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 비율)이 2.98배로, 다른 업종에 비해서도 심각한 인력난을 정보 공유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5일 IT기업 라쿠스루가 개발한 공차(空車) 정보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에 대형 물류업체인 하마쿄렉스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 최대 물류업체인 야마토홀딩스도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즈오카(静岡)를 기반으로 한 하마쿄렉스와 오사카(大阪)시의 고쿠요로지템은 24일 라쿠스루가 제공하는 화주기업과 운송회사의 발주를 중개하는 시스템에 내달부터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라쿠스루가 개발한 시스템은 운송회사가 수주 목록과 공차 정보를 등록, 다른 운송회사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운용된다. 배송을 위한 자사의 운전기사와 화물차량이 부족할 경우 타사에 위탁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방식이다.
운송회사들은 통상 화주로부터 배송 주문을 받으면 화물차량과 운전기사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배차 업무를 해 왔다. 그러나 성수기나 배송 주문이 갑자기 몰려들어 자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경우 다른 운송업체에 배송을 위탁해 왔다. 다만 타사와는 전화나 팩스 등으로만 연결돼 있어 운전기사와 화물차량의 여유가 있는 곳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구조다. 하마쿄렉스 측은 “더 이상 전화와 팩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시간 낭비를 상당히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에는 현재 약 6만여 곳의 운송업체가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상대적으로 IT화가 더뎌 운전인력과 차량이 비어 있어도 수주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고, 화물을 가득 채우지 않은 채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 화물트럭의 적재효율이 40% 안팎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라쿠스루는 향후 4만 곳의 운송업체가 정보 공유 시스템에 가입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운송회사들은 타사의 빈 화물차량을 융통할 수 있고, 짐칸이 비어있으면 타사에 의뢰가 들어온 짐을 싣는 식으로 적재율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에서도 운전기사와 화물차량 공유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아마존닷컴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인 콘보이가 화주와 운송회사를 IT로 연결시킨 화물차량 공유 사업을 시작해 기업가치가 10억(약 1조1,000억원)달러를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도 화물차 배차 앱 기업인 풀트랙얼라이언스 그룹이 운전기사와 화주를 연결해 주는 사업으로 소프트뱅크와 구글의 자회사 알파벳 등으로부터 약 19억달러(약 2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