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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접나… 중남미 카라반 ‘집으로’ 유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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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접나… 중남미 카라반 ‘집으로’ 유턴 증가

입력
2019.01.27 15:00
수정
2019.01.27 20: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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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카라반 ‘역류 현상’ 증가” 분석

트럼프 행정부 反이민정책 강경해 미래 불투명

올해 첫 카라반으로 결성돼 미국을 향하고 있는 온두라스 이민자들이 16일 도보로 과테말라에서 이동 중이다. 과테말라=AP 연합뉴스
올해 첫 카라반으로 결성돼 미국을 향하고 있는 온두라스 이민자들이 16일 도보로 과테말라에서 이동 중이다. 과테말라=AP 연합뉴스

“엄마에게 떠난다는 말도 못하고 나왔어요.”

희망을 쫓아 미국으로 향하던 17세 소녀 나힌은 2,122㎞의 카라반(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 여정 도중 결국 고향 온두라스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촌들과 함께 들고 온 담배를 팔아 여비를 마련하면서 멕시코 중서부 과달라하라에 겨우 도착했지만, 카라반 내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집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영국 BBC방송은 나힌이 멕시코 연방사회복지단체(DIF)의 도움으로 두 달여 만에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고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리처드 마일스 선임연구원도 24일 공개된 이 연구소 팟캐스트에서 “최근 중남미 카라반에 관한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역류 현상(Reverse Flow)”이라면서 “자발적이든 강제추방을 당한 것이든 중남미 이민자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카라반 행렬과 미국 의회의 ‘장벽 예산’ 갈등으로 인해 미국 국경에서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들에게 주로 이목이 쏠려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이민자 유턴 행렬’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MPI)의 앤드류 실리 연구소장은 이 방송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 수는 1,170만명에서 1,130만명으로 줄었다”며 “큰 숫자가 아닌 것 같아도, 매년 새로 유입되는 수를 고려할 때 총 이민자수의 감소는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돌아가는 이들 중에는 수십 년간 미국에서 돈을 벌어 고국에서 가게를 차리거나,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려는 이들도 있지만 이제 막 미국에 도착했다가 추방당한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발간된 MPI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은 약 180만명의 멕시코 이민자를 본국으로 송환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멕시코 정부가 다른 중남미 국가(엘살바도르ㆍ과테말라ㆍ온두라스)로 돌려보낸 이민자도 140만명에 달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 말과 비교할 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이 이민자들을 구금하고 추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서, 멕시코와 중남미 3국은 되돌아오는 이민자들의 재수용 여력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나힌의 경우처럼 마약과 폭력, 경제난을 피해 미국행을 시도한 중남미 3국 출신 이민자들의 상당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불투명한 미래에 놓이자 입국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귀국 결심을 한 사람들의 유턴은 국제기구와 멕시코 정부 등도 돕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카라반 453명의 본국 귀환을 지원했으며, 추가로 300여명의 이주자가 귀국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멕시코 이민청(INM)도 105명의 이민자를 본국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상황에도 불구, 중남미 3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새로운 카라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AP통신 등 외신은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에서 각각 결성된 1,700명과 300명 규모의 카라반이 미국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 입국을 위해 대기 중인 이민자는 2,000여명에 달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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