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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서스펜디드 커피숍 "누군가에 따뜻한 커피 한 잔 기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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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서스펜디드 커피숍 "누군가에 따뜻한 커피 한 잔 기부하세요"

입력
2019.01.25 18:00
수정
2019.01.25 20:5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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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커피 앞 서스펜디드 사용방법을 안내하는 문구. 시청앞커피 제공
시청앞커피 앞 서스펜디드 사용방법을 안내하는 문구. 시청앞커피 제공

지난해 관세청과 커피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11조원으로, 총 265억 잔이 소비됐다.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512잔을 마신 셈이다. 최근에는 커피 소비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이디어까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서스펜디드(Suspended) 커피전문점’ 1호를 내세운 전북 익산시 ‘시청앞커피’는 소비 트렌드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청앞커피는 2014년 3월 개업 때부터 서스펜디드 활동을 했다. 서스펜디드는 돈이 없어 커피를 사 마시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미리 값을 지불하고 맡겨두는 방식을 말한다. 얼굴 모르는 누군가에게 커피 한 잔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서스펜디드 활동은 100여 년 전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됐다.

시청앞커피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작년 한해 동안 201명이 107만 원을 기부했다. 사회적기업인 시청앞커피는 기부 받은 금액보다 많은 130만 원 어치의 커피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시청앞커피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는 2,000원이다. 김연희 대표는 “커피 값이 비싸지 않으니 손님들도 편한 마음으로 1, 2잔 값을 기부하고, 한 번 기부한 분들이 또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부금이 바닥 났을 때는 가게 문 앞에 걸어놓은 쿠폰을 이용해 이웃들이 얼마든지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부된 커피 값으로 주로 혜택을 보는 이웃은 환경미화원, 리어카를 끌고 폐지 줍는 노인들, 배고픈 동네 아이들 등이다. 가게 안에는 기부자와 혜택자 명단을 꼼꼼하게 정리해 누구나 볼 수 있게 걸어 놓았다.

시청앞커피의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 내용이 매장 안에 걸려 있다. 시청앞커피 제공/그림 3시청앞커피 김연희(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직원들. 시청앞커피 제공
시청앞커피의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 내용이 매장 안에 걸려 있다. 시청앞커피 제공/그림 3시청앞커피 김연희(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직원들. 시청앞커피 제공

김 대표를 포함한 직원 5명 중 2명은 청각장애인이다. 이들은 각각 커피를 내리고 커피콩으로 빵을 만드는 일을 한다. 김 대표는 “수화를 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손뿐 아니라 시각, 미각도 잘 발달돼 있어 커피전문점 일에 잘 맞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스펜디드뿐 아니라 폐지 줍는 노인들의 리어카 광고, 도심 재생을 위한 벽화 그리기, 지역사회 기부금 모으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시청앞커피의 월 매출은 800만~1,000만원이다. 개점 당시보다 매출이 점점 줄고 있다. 김 대표는 “여기가 옛 도심 지역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며 “처음에는 커피전문점이 우리 가게 하나였는데 지금은 7~8개로 늘었고, 얼마 전 바로 옆에 대형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들어온 뒤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을 가져가지 않는다.

국내 서스펜디드 활동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만 해도 동참하는 가게를 찾기 힘들다. 김 대표는 “미리 지불한다는 뜻의 ‘미리내’란 이름으로 비슷한 나눔 활동을 하는 식당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며 “소비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런 나눔 방식이 우리 사회에 더 활발하게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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