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30%대 추락….중도층 지지 기반 약화
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예산안 모두 부결
CNN “백악관, 국가비상사태 선포 준비…내부서도 의견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 대치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의 수렁에서 좀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셧다운 장기화로 연방 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월급이 두 달 째 지급되지 않으면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해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백악관이 국가비상사태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지만 향후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AP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34%를기록했다. 전달 지지율 42%에 비해 대폭 낮아진 것으로 집권 2년내 최저치에 근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60%에 달했다. 같은 날 CBS 여론조사에선 국정수행 지지도가 36%였다. 이 조사에서 국경장벽 문제가 셧다운을 부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70%가 아니다고 답했다. 셧다운을 감수하면서 국경장벽 예산 확보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지지 층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중도층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24일자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셧다운은 지금껏 가장 큰 실수다”고 평했다. 골수 지지자들을 잃을 위험 때문에 이제 와서 국경 장벽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장벽을 포기하지 않고 셧다운을 감수하면 대선 재선에 필요한 중도층의 지지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아주 작은 섬에 갇혀 있는 신세로 비유하면서 어떤 구조선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 연방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발의한 2개의 정부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예상대로 두 건 모두 가결 정족수(60표)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특히 민주당의 예산안이 찬성 52표로 공화당 예산안(50표) 보다 더 많은 찬성 표를 얻어 공화당 상원 의원들의 이탈 조짐마저 보였다. 상원 표결 부결 이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와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회동해 출구 마련을 위한 협상을 이어갔지만 장벽 예산이란 핵심 사안에선 여전히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교착 상태에서 백악관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은 국가비상사태 선언문 초안을 입수했다면서 장벽 건설 예산 확보를 위해 군 건설자금에서 36억 달러, 펜타곤 토목기금에서 30억 달러, 국토안보국 기금에서 2억 달러, 재무부 자산몰수기금에서 6억 8,100만 달러를 동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 선포시 민주당의 소송전으로 정국이 더욱 파행을 겪고 법원이 제동을 걸 수 있어 참모진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회의 권한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공화당 내부 반발도 거세질 수 있어 이래저래 궁지에 처하는 모습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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