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조성 계획을 놓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충돌했다. 김 장관은 24일 “서울시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가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합의도 안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구상대로라면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과 토지가 수용돼 공공건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25일 “정부와, 특히 청와대와 협력해 쭉 추진해 왔던 일”이라며 “잘 대화하고 협의해서 해결하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서 발표까지 했는데 장관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뒤늦게 “올해 말 최종 설계안이 나올 때까지 행안부와 합의점을 찾겠다”고 물러섰다.
광화문광장은 수도 서울의 심장과도 같은 상징적 공간이다. 광화문의 역사성을 복원하고 북악산 조망권을 살리며 보행자 중심의 교통 체계를 만드는데 동의하지 않는 시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임 시장이 700억원을 들여 조성한 광장을 불과 10년 만에 1,040억원을 들여 뜯어고치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여론 수렴이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이런 절차 없이 불쑥 교통차로 대폭 축소, 촛불 상징물 설치, 이순신 장군 동상 이전 등을 담은 설계공모 당선작을 내놓아 정치적 공방과 혼선만 초래했다.
박 시장은 이전에도 여러 번 ‘쇼통식 정책’을 발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10년 넘게 추진한 을지로 재개발 사업을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를 보호하겠다며 돌연 중단시켰는가 하면, 지난해엔 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내놨다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샀다.
박 시장은 현 정부와 같은 정당 소속이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율된 계획을 발표했어야 했다. 일각에선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광화문광장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박 시장이 내년 초 공사에 착공해 임기 내인 2021년 준공하겠다며 속도전을 시사한 점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배경이다. 임기 내 토목적 성과를 내는데 급급했던 오세훈 전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