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마련하려는 ‘잠재 고객’ 겨냥… 예대율 규제 사전 대비 포석도

은행들이 새해 들어 예적금 특별판매(특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초를 맞아 목돈 마련이나 재테크에 관심을 쏟는 이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예금을 늘려 예대율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지주사 전환과 창립 120주년의 겹경사를 맞은 우리은행은 지난 4일 장기거래 고객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온라인 상품 ‘동행 예ㆍ적금’을 내놨다. 예금(1년)은 최고 연 2.6%, 적금(1년)에는 최고 연 3.2% 등 고금리 혜택을 부여하는 상품이었는데, 적금은 출시 12일(주말 포함) 만에 준비된 5만좌가 모두 팔렸고 예금 역시 출시 13일 만에 2조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KEB하나은행도 새해를 맞아 이달 2일 1년 만기 최고 연 2.3%, 1년6개월 만기 최고 연 2.4%의 혜택을 제공하는 ‘황금드림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최저 가입금액 500만원을 조건으로 1조원 한도로 내놓은 이 상품은 판매 기한을 이달 말로 정했지만 조기 마감까진 5영업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IBK기업은행 역시 개인 고객에 특별금리(최고 2.28%)를 제공하는 ‘IBK W특판예금’(3조원 한도)을 3월 말까지 판매한다. 지난 2일에 출시됐는데 판매 18일째(영업일 기준)인 25일 현재 판매한도의 60%가량인 1조8,000억원을 유치했다.
은행들이 연초에 잇따라 특판 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예적금 가입을 계획하는 ‘잠재 고객’이 여느 때보다 많아서다. 보통 새해를 맞이하며 연중 계획을 세울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재테크이다 보니 우월한 금리 조건을 내걸어 이들을 먼저 유치하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월이면 ‘올해는 돈을 모아보겠다’고 다짐한 고객들이 예적금 가입이나 상담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달에 비해 많이 바쁘다”고 말했다.
특판 경쟁이 예대율 규제 강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는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내린다. 대출 포트폴리오를 한꺼번에 조정할 수 없는 은행 입장에선 미리 수신을 많이 확보해 예대율을 낮추려는 전략 차원에서 특판 상품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은행들이 연중에도 수시로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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