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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스카이 캐슬’의 질문들

입력
2019.01.26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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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카이 캐슬’을 본다. 1%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가 7%가 됐던 4회 이후 합류했고, 10회부터는 실시간으로 본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본방사수라는 잊혀진 단어를 되살려 준 이 드라마는 지난 1월 19일 18회 방송분이 22.3%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지상파 외 방송사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체감 시청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 주변 사람 중 ‘스카이 캐슬’을 보지 않는 경우가 손에 꼽힌다. “주변에 본 사람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천만 관객이 든 거야?”라는 질문이 나오곤 했던 천만 영화들과도 사뭇 다르다. 모두 ‘스카이 캐슬’ 이야기를 해서 본방으로 보지 못하면 뒤처진 기분이 들 지경이다. 최종화까지 2회를 남겨 둔 지금 시청자들은 대사와 설정에 숨겨진 의미를 하나하나 해석하면서 결말을 예측하고, 대본 유출이 촬영 막판 가장 큰 변수가 될 정도로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8강 진출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하면서 이 열풍은 한 주 더 이어지게 됐다.

한 드라마가 이 정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게 과연 언제였을까? 무엇보다 ‘스카이 캐슬’은 드라마 바깥의 반응이 더욱 흥미롭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주제는 입시다. 서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비용을 들여 상위권 대학으로 자녀를 진입시키려는 상류층의 부모, 특히 어머니들이 중심 인물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이들은 ‘삼대째 의대’라는 주문에 드러나듯 직업과 부의 대물림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스카이 캐슬’은 아들의 서울대 의대 입학이 확정된 뒤 자살한 한 어머니로부터 시작해 이 욕망의 민낯과 목표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각자의 사정을 가진 가정의 닫힌 성문에는 가정폭력과 억압, 학대, 방치와 같은 문제들이 숨어 있다. 이런 문제들이 터져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드라마가 입시 지옥을 비판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기대를 넘어선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목표로 삼은 그 대학 출신이 중심이 되는 인터넷 과외 회사가 협찬사인 아이러니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학부모들의 커뮤니티에는 ‘입시 코디’를 이제라도 자녀에게 붙여 주기로 했다는 사연이 올라오고, 드라마 속 학습 비법이 유행하며, 교육 관련 산업에서는 출연자들을 광고 모델로 불러온다.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에서 이 사회의 모순을 돌아보기는커녕 드라마 속 지옥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거리낌이 없다. 급기야는 드라마마저도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 자식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들이, 각자의 지옥에서 살아낼 방도를 찾아가려 한 아내와 딸에게 주제를 모르고 ‘인생은 길다’라거나, ‘서울대 입학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반성과 깨달음마저 가부장이 가져가 버린 지금, 복잡한 여성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며 부딪힐 때 드러났던 문제의식은 휘발되어 버렸다. 그렇게 입시 문제는 개인이 각개전투로 극복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문제로만 남는다.

어쩌면 드라마 한 편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드라마의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볼 때, 과연 그렇게만 말할 수 있을까? ‘스카이 캐슬’이 어떤 결말로 맺어지든 이 문제적 드라마를 지켜본 20%가 넘는 시청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학벌을 통해 부를 대물림하려고 무슨 짓이든 할 때, 그런 욕망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왜 한국은 언제나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을 보여 주는 나라가 되었나? 나의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같은 나라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윤이나 프리랜서 마감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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