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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놀 줄 알아야 행복하다

입력
2019.01.2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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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치열함’은 열정, 성실, 유능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연공서열이 성공을 보장했다. 미래의 직장도 이럴까. 대기업이란 이름에 수천 명이 근무하는 조직이 과연 20~30년 후에도 버틸 수 있을까.

IMF까지가 생산자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분명 소비자의 시대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가까운 미래는 누구의 시대일까. 생뚱맞게도 ‘놀 줄 아는 사람’의 시대가 될 것이다. 놀 줄 안다는 것은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놀이에 집중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소비조차도 AI가 통제하는 시대에서 컴퓨터와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이 슬프다.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에서 '놀이'라는 단어는 비생산적이며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말로 인식되었다. 어린 시절 함께하던 놀이는 사라지고 게임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어른들의 놀이는 부정적인 행태로 몰렸다. 정부나 사회, 가정에서도 놀이는 돈 벌지 못하는 파탄이나 실패로 인식됐다.

21세기 들어 이러한 양상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한류 드라마가 지구촌을 강타한다. 우리 걸 그룹에 찬사가 쏟아진다. 급기야 싸이나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차트에 등극한다. 4차산업시대의 놀이는 더는 비생산적 요소가 아니다. 창조성과 생산성 극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요소로 점차 인식되고 있다.

어린이를 예로 들어보자. 전통적인 놀이의 기본은 예체능이다. 놀이의 공간은 숲과 자연이다. 놀이의 주인공은 엄마 아빠가 아닌 자신이 주체자다. 죽은 놀이가 아니라 진짜 살아 있는 놀이는 어린이에게 즐길 권리와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놀이를 잘하려면 경쟁과 모의, 운(運)과 스릴을 즐겨야 한다. 또 ‘다른 관점’과 ‘왜’라는 의문을 달고 다녀야 한다. 우리가 당연시 하는 합리성과 생산성을 부정해야 21세기 놀이가 생산적으로 변한다.

노버트 볼츠(Norbert Bolz)는 “놀고 싶으면 놀아라! 양심의 가책을 받지 말고!”라고 강조한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Homo-Ludens)’는 본능이다. 노래하고 춤추며 함께 축제를 즐기는 것은 인류의 자연스러움이다. 한국의 현실도 그럴까. 산업시대부터 소규모 마을축제들이 사라진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돈 쓰는 축제만이 판친다.

주말마다 경북 상주에 있는 상오산으로 간다. 숲에 들어가면 거짓말처럼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잡념이 없어진다. 산은 “놀고 싶음”을 충족시켜줄 가장 좋은 장소이다. 산속 놀이는 호기심, 관심, 인정, 몰입, 감동, 만족감 등으로 보상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도 생긴다.

놀이에는 창의성과 다양성, 생산성의 요소가 숨어 있다. 놀이는 미래 인류의 행복을 풀 수 있는 열쇠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선각자들은 각자 놀이에 집중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했다. 숲 놀이가 시작되면 일상과 다른 세계에서 유연, 다양, 새로움, 치밀, 집착, 자발, 독립 등 여러 요인이 융합한 몰입(Immersion)을 체험한다. 산속 놀이는 이번 주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행복으로 이어진다. 이런 요소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동력이 아닐까.

상오산은 필자를 유혹하며 몰입하게 한다. 3년 넘게 주말마다 돌을 옮기며 나무를 베어 원시적인 길을 만들었다. 혼자 하는 놀이는 생산성을 저하하는 요소로 평가되지만 실상은 아니다. 자신의 원칙과 기준이 수립되고, 질서 안에서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는지를 분명 알게 된다. 비록 지금 힘들며 놀이가 돈이 되지 않지만 방송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행복하다. 왜냐하면 놀이의 공간은 일상의 세계보다 ‘더 재미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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