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경제전망 보고서
올해ㆍ내년 성장률 2.6% 전망… “잠재성장률도 점진적 하향추세”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6%로 작년보다 조금 더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가 2012년(2.3%) 이래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낼 것을 예고한 셈이다. 지난해 10만명을 밑돌며 ‘참사’로 평가 받은 취업자 수 증가폭 역시 내년에도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한은은 2년 전 이미 2%대(2.8~2.9%)로 내려 온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2.6%로 점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년 새 더 낮아진)잠재성장률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올해도 내년도… 2%대 성장 굳어지나
한은은 24일 수정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특히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0월 발표했던 전망치(2.7%)보다 0.1%포인트 더 낮췄다.
재정지출 확대라는 성장률 증가 요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하락 요인이 더 크다고 본 셈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분쟁, 중국 경기둔화 등을 들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5%로 낮췄다. 건설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점도 성장률 하향조정 요인으로 꼽혔다.
고용은 올해도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전년동월 대비)은 올해 14만명, 내년 17만명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일자리ㆍ소득 지원 정책,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고용 사정을 개선하겠지만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의 업황 부진이 지속돼 일자리 증가를 제한할 걸로 한은은 내다봤다. 다만 민간소비는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2.6% 증가하며 지난해(+2.8%)의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걸로 점쳐졌다.
지난해 역성장(-1.7%)했던 설비투자는 올해 2.0% 상승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직전 전망치(2.5%)보다는 대폭 하향조정 됐다. 반도체 수출 부진 탓이다.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보류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8.3% 감소(전월 대비)했고, 이달 1~20일엔 -28.8%로 낙폭을 키웠다. 다만 한은은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다시 회복되며 설비투자가 동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4.0%)에 이어 올해도 3.2%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은 하반기 반도체 및 선박 수출 회복 전망, 저유가 효과를 들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직전 전망치(620억달러)보다 높은 690억달러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 하락, 복지정책 확대, 전월세 안정화를 들어 종전 1.7%에서 1.4%로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경제 기초체력도 악화일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한은 예측치대로 현실화되면 우리 경제는 2012년(2.3%)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또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면서 저성장 기조 고착화 우려도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눈높이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2.8%), IMF(2.6%) 정도를 제외한 국내외 경제전망기관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2.5% 이하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3% 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동시에 “잠재성장률이 점차 더 낮아지는 추세라서 2년 전 발표한 추정치(2.8~2.9%)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도 말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면 2.6% 성장이 특별히 낮은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경제가 무리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 나라의 경제 기초체력에 흔히 비유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저출산ㆍ고령화, 낮은 노동생산성 탓에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세계적으로 빠른데, 한은은 요즘도 기초체력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고백한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언급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서 보듯이 지금의 성장률은 인위적 경기 부양을 통해 가까스로 달성된 수치”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저비용 구조를 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혁신을 비롯해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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