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최선희 대체 가능성…“비건 새 파트너 유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김 부위원장이 올해 새롭게 꾸린 비핵화 협상단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북미 대화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 대사와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모두 60대로, 특히 김 전 대사는 자신보다 외무성 입성이 빨랐던 박 부위원장을 제치고 협상단 주요 인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대북 소식통은 24일 “2000년대 평양 주민 인적사항이 담긴 자료에 김 전 대사는 평양 내 상위층 거주 구역인 룡성구역에서 1953년 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 관료 중 1999년에 입부한 또 다른 김혁철(41)도 기록에 존재하나, 정부 소식통은 “동명이인으로 보인다. 김혁철 전 대사의 이력 상 40대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대사는 1993년 외무성에 입부한 후 주에티오피아 대사 등을 거쳐 2014년 1월 주스페인 초대 대사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7년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과거 군축 업무를 담당한 경력, 공관장 경력 등 외교 관련 다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철 부위원장은 함경남도 함흥 성천구역 출신으로 1958년생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무성 입부는 1992년으로 김 전 대사보다 한 해 빠르다. 김 전 대사와 박 부위원장 모두 다른 조직에서 근무하다 각각 40세, 34세에 외무성으로 전입한 셈인데, 김 전 대사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끄는 통전부 소속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전 대사는 김 부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방미 대표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하는 모습이라며 이튿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전 대사는 박 부위원장보다도 김 부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에 더 가까이 배석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며 거론한 ‘새 파트너’로 김 전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전 대사가 현재 북미 실무협상 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대체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 외교 소식통은 “핵문제 전문가인 최 부상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하지만, 앞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이 비건과 새로운 파트너 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전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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