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연구용역 발주 등 추진… 실현 땐 孫 창업한 공예품점 작가들에 혜택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이원화돼 있는 국가ㆍ시도무형문화재 제도 통합을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문화재청은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일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형문화재계 내에서 찬반 시비가 적지 않은데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손 의원이 창업한 서울역사 내 공예품점인 ‘하이핸드코리아’ 소속의 다수 시도무형문화재 작가들과 작품의 지위가 격상된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다.
2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국가ㆍ시도무형문화재 통합방안을 담은 ‘무형문화재 전승 활성화 및 발전방안’을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해 국가ㆍ시도무형문화재 통합방안 등을 포함한 연구 용역이 마무리됐고, 올해 무형문화재 정책을 심의하는 무형문화재위원회에 보고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국가ㆍ시도무형문화재 통합안의 경우, 2005년부터 검토해 온 정책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국가와 시도무형문화재로 이원화된 체계에서는 등급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예술적 고유성 △전통문화로서의 대표성 △역사적ㆍ학술적 가치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데, 지난해 12월 기준 국가무형문화재는 142개 종목 168명, 시도무형문화재는 557개 종목 564명이다.
문제는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통합안이 오랜 동안 검토만 되다가 손 의원이 국회에서 추진을 거듭 강조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6년 6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손 의원은 “똑같은 옻칠이라도 중요무형문화재(법 개정 전 국가무형문화재 명칭)와 지방무형문화재(시도무형문화재)가 나뉘어 있다”면서 “중요무형문화재가 과연 중요한 분들인가,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냐?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피감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을 상대로 “중요무형문화재가 지역문화재보다 하나 위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며 통합안을 재차 주문했다.
시ㆍ도 무형문화재 장인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주문이고, 손 의원이 누차 강조하듯이 선의라 하더라도 자신이 창업하고 남편인 정건해씨가 대표로 있는 ‘하이핸드코리아’ 운영 실태를 보면 이해충돌에 해당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이핸드코리아’ 홈페이지 장인 목록을 보면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작가는 서울문화재 3명, 전북문화재 1명, 강원문화재 1명 등 총 5명이다. 이들의 작품들이 공예판매점인 하이핸드코리아를 통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 의원 주문 이후 무형문화재 통합 움직임이 일자, 국가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집단적인 반발이 있었다는 게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가무형문화재인 A씨는 “손 의원의 국회 발언 후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이 실제 작가들에게 통합안 관련 설문조사를 돌리면서 국가무형문화재들이 문화재청장에 진정서를 전달하며 반대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들 사이에서는 손 의원이 하이핸드코리아 소속 작가를 국가무형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통합안을 추진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서울 시내 대학의 교수 B씨도 “손 의원 주장은 국회의원과 시ㆍ구의원을 통합하자는 것과 마찬가지 주장”이라며 “국가무형문화재의 대표성, 차별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국가ㆍ시도무형문화재 통합안은 단순히 정책 검토 단계에 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손 의원이 국회에서 통합안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나 문화재청 내부에서도 검토해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 측은 “70, 80대의 시도무형문화재 500여명과 전수자 등 2,000여명을 위해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하고 추진한 일"이라며 “(하이핸드코리아에 소속된) 5명의 이익을 들어 이해충돌로 보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반박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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