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는 24일 한국 해군 구축함에 대한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잇단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항의한 우리 국방부의 발표를 거듭 부인하며 “한국 측에 냉정하고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위협비행의 증거로 제시한 사진과 관련해선 “초계기가 한국 함정에 위협을 줄 의도도 이유도 없다”며 확전을 자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측이 지적한 것과 같은 위협비행을 하지 않았다. 한국 측의 발표는 유감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초계기 비행과 관련한 일본 측 기록을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한일 방위당국 간 제대로 의사소통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대신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은 전날 “(한국 국방부의 발표 대로) 고도 60~70m 비행은 정확하지 않다”며 “정확한 기록을 갖고 있는데, 고도 150m 이상을 확보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적절히 운용했다”고 위협비행을 부인한 바 있다.
자위대 수장인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23일 초계기 비행기록에 대해) 자위대 기록엔 고도 150m 이상 거리 1,000m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군 구축함이 무선으로 약 20차례 경고했음에도 일본 측 초계기의 응답이 없었다는 국방부 발표에는 “(한국 측의) 호출에 대해 ‘국제법 등에 기초한 안전거리와 고도에서 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회답했다”고 한국 측 발표를 부인했다. 이에 대한 한국 측의 응답을 묻자 “구체적인 답변은 삼가겠다”며 “교신기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과 22일 비행 기록을 공개할 계획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는 제시할 생각이 없다”며 “한국 측과 더 이상 말다툼을 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냉정한 대응을 한국 측에 요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야 방위장관은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과 관련해 “상대방은 군함이고 우리는 초계기인데, 위협을 느끼는 건 오히려 초계기 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공동 책임을 가진 사람들끼리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게 해달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측의 위협비행 항의와 관련, “한국 국내에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한국 국내용 호소”라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전날 스위스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관계 개선보다 위협비행 문제를 국내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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