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25일 공개하는 자체 제작 드라마 ‘킹덤’을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높여 나간다. 다양한 해외 콘텐츠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적인’ 콘텐츠를 발굴해 전 세계에 유통하는 통로가 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망 사용료나 방송법 규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책임을 방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넷플릭스는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미디어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공개 예정인 자체 제작 콘텐츠는 6개다. 제시카 리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2016년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가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였다면, 4년차인 올해는 ‘공을 차며 뛰어다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등 자체 제작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대신 드라마 판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비밀의 숲’ ‘미스터 션샤인’ ‘SKY캐슬’ 등의 작품을 TV 방영과 동시에 전 세계에 유통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비밀의 숲은 2017년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공개되면서 그 해 뉴욕타임스가 꼽은 ‘10대 국제 TV드라마’에 포함되기도 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총괄 디렉터는 “지난해부터 한국에 콘텐츠를 관리하는 팀이 상주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 콘텐츠에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 자체 제작한 드라마로, 회당 20억원(총 6부작)이 넘는 제작비가 투자된 대작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으로, 190개국에서 27개 언어로 동시 공개하기로 결정하는 등 내부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10여개 언어로 자연스럽게 더빙된 킹덤의 한 장면이 공개됐다. 김 총괄 디렉터는 이에 대해 “조선시대 배경 드라마인 만큼 언어를 바꿀 때도 옛날 단어를 사용하는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시즌2 제작이 확정된 킹덤에 이어 올해는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다양한 자체 제작 드라마가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넷플릭스 측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비판 받고 있는 국내 망 사용료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하고 수익을 얻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다. 리 부사장은 “망 사용료는 한국의 생태계와 협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규제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통합방송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에 대해서도 리 부사장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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