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당 리더 떠오른 36세 정치 샛별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는 물론 베네수엘라 국내에서도 무명이었던 36세 젊은 정치인에게 전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스스로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하고, 미국 등 각국 지도자로부터 인정받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다.
미국 CNN 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과이도는 1983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수도 카라카스의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정치에 뛰어든 건 2007년 우고 차베스 정권이 민간 방송사 문을 닫아버린 일을 문제 삼으며 언론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끌면서다. 2년 뒤 과이도는 그의 정치적 스승 레오폴도 로페스(47) 등과 “빈곤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목표 아래 정당 ‘대중의 의지(Voluntad PopularㆍVP)’를 창당했다. 2011년 대체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진출했고 2015년 바르가스주에서 정식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국회 진출 뒤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 지난 5일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건 이 나라의 정치 파행 탓이 크다. 야권연합이 2015년 총선 승리로 국회를 장악하자,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국회라는 별도 기구를 설립해 국회를 무력화했다. 실질적 권한이 없는 국회의장직을 각 야당이 돌아가며 맡아 올해가 VP의 차례였는데, 로페스 등 주요 인사 대부분이 가택연금 중이거나 국외로 추방돼 과이도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된 과이도는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튿날인 11일 카라카스에서 집회를 열고 “마두로는 불법 찬탈자”라고 주장하며 정권 퇴진운동의 서막을 올렸다. 이어 23일 전국단위 집회에선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하고 과도정부 수립과 자유 선거를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국제사회 역시 그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자 과이도는 반(反)마두로 진영의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전문가들 역시 과이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데이비드 스마일드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과이도는 야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며 "야권이 마침내 용기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도력을 갖춘 신선한 얼굴을 내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마르가리타 로페스 마야 베네수엘라중앙대 교수는 “사람들은 그동안 항상 똑같은, 늙은 야권 정치인들에 지쳐 있었다”며 ‘젊은 피’ 과이도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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