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트럼프의 훌륭한 친서 받아… 결단력 높이 평가”
美, 제재완화 긍정 답변 전한 듯… 北 상응하는 결단 명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워싱턴 방문 후 귀국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방미 결과를 보고 받고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보도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처음 공식화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답서를 통해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보였다고 강조해, 미측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 회담 대표단을 접견했다고 보도하며 “대표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제2차 조미 수뇌상봉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 실무진과 두 나라 사이에 해결해야 할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협상한 정형(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으셨다”고 전했다. 북한이 2월 말 개최 예정인 정상회담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통해 보낸 “훌륭한 친서”를 김 위원장이 전달받았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김 위원장이 당 청사 내 집무실에 앉아 김 부위원장을 향해 다소 상기된 듯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도 함께 공개해 그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충분히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만족할 만한 답이란 곧 북측이 지난해부터 주장해 온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된 내용이었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기존 북미 회담 후 북측 발표가 ‘북미 현안을 논의했다’는 선에 그쳤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 트럼프의 결단을 언급,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는 것은 제재 완화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있었다는 뜻”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만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가 전제된다면 제재 해제도 취할 수 있다’고 명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측이 제재 완화를 거론했다면 역으로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과 회담하며 그에 상응할 만한 비핵화 결단을 전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미측은 2차 정상회담 결과물로 과거에 넘지 못했던 핵시설 검증 합의를 이뤄내길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측이 영변 핵시설 동결 및 검증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북미 협상이 획기적 진전을 보여 비핵화 및 상응 조치 로드맵을 상당 부분 완성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늘 보도에서 김 위원장은 ‘두 나라가 공동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갈 것’을 강조했다”며 “북측이 여전히 단계적 이행을 선호하고 있음을 밝힌 셈이며, 비핵화에 관해서도 제재 해제가 가능한 수준인 초기 조치 위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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