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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이 1대1 상담하고, 스포츠 매장 직원 매니저로 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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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이 1대1 상담하고, 스포츠 매장 직원 매니저로 뽑고

입력
2019.01.24 16:57
수정
2019.01.24 19:5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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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 색다른 채용

회사 약점 꼬집고… 소설가도 가세

가수 겸 JYP엔터테인먼트 창립자린 박진영이 자사 인턴 직원 선발을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구직자와 1대1 상담을 하고 있다. JYP 제공
가수 겸 JYP엔터테인먼트 창립자린 박진영이 자사 인턴 직원 선발을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구직자와 1대1 상담을 하고 있다. JYP 제공

“JYP엔터테인먼트(JYP)는 소속 가수들이 지닌 표현 욕구 관리가 잘 안 되는 게 약점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태준(31)씨가 최근 JYP에 인턴 직원으로 지원하며 낸 ‘JYP의 SWOT(StrengthㆍWeaknessㆍOpportunitiesㆍThreats, 강점ㆍ약점ㆍ기회ㆍ위협)분석’ 보고서 내용 일부다. JYP 소속 백예린 등이 회사와의 견해 차이로 음악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은 상황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김씨는 회사와 가수의 창작 이견 해결책으로 “트와이스 멤버 정연의 발라드 솔로 프로젝트”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이돌 댄스 그룹에서 활동하지만, 발라드에 애착이 큰 멤버가 느낄 음악적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다니던 회사를 지난해 여름에 나왔다. 70곳에 이력서를 내다 JYP에까지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직원 찾아 거리 나선 박진영

JYP는 인턴 직원 채용 과정에서 JYP SWOT 보고서 제출만으로 서류 전형을 진행했다. 지원자는 6,000여명. 제출된 보고서엔 “집밥보다 맛있다는 JYP 유기농 식단”(강점), “스토리텔링이 약한 JYP 음악”(약점) 등 기발하면서도 뼈아픈 제언들이 쏟아졌다.

JYP 창립자인 가수 박진영은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리스타트 잡페어’에 나가 직접 구직자를 만나기도 했다. 박진영은 “콘텐츠뿐 아니라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기발한 생각을 지닌 분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3대 가요기획사 수장이 거리에 나가 직접 구직자와 만나 취업 관련 정보를 나누기는 처음이다.

JYP의 독특한 인턴 직원 채용은 24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슈퍼인턴’ 일환으로 추진됐다. 프로그램 촬영과 맞물렸지만 연예기획사가 방송으로 인재 발탁 과정을 노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박진영은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슈퍼인턴’ 제작발표회에서 “음악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에 미쳐있고 엉뚱한 상상력을 지닌 인재를 뽑기 위해 도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회사가 커지고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자꾸 학벌 등 소위 스펙으로 지원자를 걸러내는 일이 많아져 채용 시스템을 개혁해보려는 취지”에서 한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함께 출연해 인기를 모은 방송인 이승윤(왼쪽)과 그의 매니저 강현석씨. MBC 제공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함께 출연해 인기를 모은 방송인 이승윤(왼쪽)과 그의 매니저 강현석씨. MBC 제공

◇연예기획사에 몰리는 Z세대… 소설가까지

톡톡 튀는 취업 준비생들이 요즘 몰리는 곳 중 하나가 연예기획사다. ‘디지털 원주민’의 유전자를 지닌 Z세대(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에겐 선망의 회사로 꼽힌다. 한류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하는 연예기획사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스타를 키워보고 싶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연예기획사에 관심을 두는 건 단순 취업 준비생 뿐만 아니다. 소설가가 연예기획사에 뛰어 들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을 낳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의 음악에 서사를 입히는 소설가 A씨 등이 대표적이다.

연예기획사에서 사연 많고 독특한 이들이 몰리는 쪽은 단연 매니저 분야다. 방송인 이승윤은 스포츠 매장 직원을 매니저로 뽑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은 매니저 강현석씨다.

이승윤은 3년 전에 강씨를 처음 만났다. 매장에서 운동화 구매자와 판매자로서였다. 이승윤이 운동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이승윤이 편한 동생으로만 생각했던 강씨와 함께 일해야겠다고 욕심을 낸 건 그의 부인 말 때문이었다.

이승윤은 “어느 날 아내가 집 신발장을 열어보더니 이렇게 많은 운동화를 당신한테 판 직원은 정말 영업력이 대단한 것 같다고 하더라”며 “그런 사람을 옆에 두고 일하라는 말에 번쩍해 그 친구에 러브콜을 보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니저의 주요 업무는 연예계 종사자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 자신이 맡은 연예인이 출연할 프로그램 섭외 등을 끌어 내는 일이다. 친화력과 영업력이 중요한 일에 강씨가 제격이라 판단해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고, 강씨가 받아드리면서 도전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학창 시절 대중문화에 빠져 매니저를 꿈꾸는 이도 많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인기인 방송인 박성광의 매니저인 임송씨는 아이돌그룹 동방신기를 좋아해 매니저의 길에 들어섰다. 임씨는 “매니저가 되기 위해 좋아하는 동방신기 팬클럽 가입도 일부러 안 했다”고 한다. 동방신기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SM)에선 소속 가수 팬클럽 활동을 한 이력이 있는 지원자를 직원으로 뽑지 않는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방송인 박성광과 그의 매니저인 임송씨가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모습.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캡처
방송인 박성광과 그의 매니저인 임송씨가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모습.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캡처

◇‘연예계 3D’? 여성 매니저 3~4년 새 2배 늘어

임씨는 SM의 영상 콘텐츠 자회사인 SM C&C 소속 매니저다. 이 회사엔 임씨를 포함해 여성 매니저 2명이 일한다. 매니저 일은 ‘연예계 3D 직종’이다. 밤샘 작업 등 생활이 불규칙해 남성들이 주로 도맡았다. 하지만 3~4년 새 상황이 바뀌었다. 요즘 여성 매니저가 느는 추세다. 손성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은 “5~10% 수준에 그쳤던 여성 매니저 회원이 20%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연예계엔 여성 CEO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김혜수, 송강호가 소속된 호두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이선희 이서진 이승기가 소속된 후크엔터테인먼트, 조진웅 이제훈이 둥지를 튼 사람엔터테인먼트, 손예진 이민정 등이 있는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는 모두 여성이 대표다. 손 회장은 “일 처리의 꼼꼼함과 포용력으로 여성 CEO와 매니저를 원하는 남성 연예인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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