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노회찬의 글과 말을 담은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노회찬의 진심’(‘진심’)은 노 전 의원이 의정 활동을 시작한 2004년부터 지난해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난중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과 SNS에 올린 글을 엮었다. ‘노회찬, 함께 꾸는 꿈’(‘꿈’)은 달변가였던 그의 말을 모았다. ‘진심’이 일상에서 느낀 점을 담담하게 풀어낸 것이라면, ‘꿈’은 정치적 신념과 이루고자 했던 꿈에 대한 힘찬 호소를 담았다. 두 책은 다른 듯 닮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시민으로서 그가 한결 같이 더 나은 삶을 꿈꾼 것처럼 말이다.
말을 잘하는 게 정치인의 기본 덕목이라지만, 노 전 의원은 그 중에서도 달변이었다. 정치인의 책은 업적 소개와 과장된 인물 평가로 채워지게 마련이지만, 노 전 의원의 책은 다르다. 책엔 노 전 의원의 날 것 그대로의 말과 글로 빼곡하다. ‘진심’을 만든 이선희 사회평론아카데미 편집자는 “명문이 많아 대부분의 글들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옮겨 정리했다”며 “오래오래 곁에 두고 언제든 들춰봐도 생생한 그의 육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촌철살인 어록을 찬찬히 다시 보는 건 반가운 슬픔이다. 기성정당만으로 유지되는 정치판을 비판하며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판이 시커멓게 됩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라고 했던 일화(‘진심’)와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0,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 종점으로 향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라며 새벽에 출근하는 이름 모를 수많은 미화원들의 처우를 일깨워준 일화(‘꿈’) 등은 여전히 남은 이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국회의원이라는 화려한 명성 뒤에 존재한 노 전 의원의 고뇌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정치를 꿈꾸는 이들에겐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노회찬의 진심
사회평론아카데미 발행ㆍ400쪽ㆍ1만5,000원
노회찬, 함께 꾸는 꿈
후마니타스 발행ㆍ360쪽ㆍ1만8,000원
책은 노 전 의원을 미화하지 않는다. 시대가 왜 그를 필요로 했는지, 그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대학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 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그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책은 노회찬재단 창립일(24일)에 맞춰 나왔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