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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손바닥 동시로 동요 부르고, 제목 맞히며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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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손바닥 동시로 동요 부르고, 제목 맞히며 놀아요”

입력
2019.01.24 17:05
수정
2019.01.24 19:2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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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유강희 ‘손바닥 동시’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 청소년 부문 수상작 ‘손바닥 동시’의 유강희 시인이 23일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 청소년 부문 수상작 ‘손바닥 동시’의 유강희 시인이 23일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말만 까치밥이지~ 박새도 까마귀도~ 참새도 와서 먹는다~.” 강연장에 흥겨운 동요가 흘러나오자 청중들이 고개로 까닥까닥 박자를 탔다. 한 아이는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간결한 노랫말과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왔다. 모두의 얼굴에 동심이 피어났다.

2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내 배움홀에서 열린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는 ‘동요 콘서트’로 시작했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인 유강희 시인의 동시집 ‘손바닥 동시’(창비)에 실린 ‘까치밥’에 작곡가 꿈휴가 멜로디를 붙인 노래다. 전체 100편 중 50편이 동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강연자로 나선 유 시인은 “손바닥 동시가 노래로 만들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언젠가 이 동요들로 콘서트를 열자고 작곡가와 약속했다”고 말했다.

‘손바닥 동시’는 책 제목인 동시에 유 시인이 이름 붙인 새로운 시 장르다. 한국 시조와 일본 하이쿠처럼 문학사에 존재해 온 짧은 시를 현대적으로 계승해 독립된 정형시로 가다듬었다. 시조에서 각 장의 첫 구만을 취한 ‘글자 수 3ㆍ4(1행) 3ㆍ4(2행) 3ㆍ5(3행)’을 기본 형식으로 삼았다. “1920년대 시조부흥운동과 김영랑 시인의 4행시 등 우리에게도 짧은 시 전통이 있었는데 뿌리내리지 못했어요. 평소 짧은 시를 좋아했던 터라 늘 아쉬웠어요. 그러다 2006년 중국해양대학에서 1년간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어요. 중국에 머무는 동안 짧은 시 형식을 실험해 봐야겠다 마음먹고 절박한 심정으로 창작에 매진했어요.” 그렇게 1년간 쓴 시가 노트 3권 분량이 넘는다.

이름이 왜 ‘손바닥 동시’일까. 유 시인은 “바닷가를 거닐면서 떠오른 시어들을 메모지도 없이 손바닥에 끄적거렸다”며 “그래서 손바닥 동시가 됐다”고 웃음지었다.

손바닥 동시는 제목을 가리고 읽으면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웅덩이가 / 날개를 / 편다’. 유 시인이 시를 먼저 낭독한 뒤 제목을 말하자 객석에서 감탄과 웃음이 터졌다. 제목은 ‘차가 지나갔다’다. ‘연못에 숨어 / 물 바깥 보려고 / 조금씩 밀어 올린 걸까’라는 시의 제목은 ‘개구리 눈’이다. 유 시인은 “제목 맞히기 퀴즈를 해보면 온갖 상상력이 쏟아지더라”며 “손바닥 동시가 누구나 쉽게 쓰고 즐길 수 있는 문학적 놀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 시인은 초등학생들이 쓴 손바닥 동시도 함께 소개하면서 “길이는 짧아도 자꾸만 곱씹게 되는 여운이 손바닥 동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손바닥 동시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우연히 유 시인의 손바닥 동시를 본 고 김이구(1958~2017) 문학평론가의 제안으로 지난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처음 손바닥 동시를 쓸 때만 해도 이걸 누가 알아줄까 싶었어요. 나만의 꿈으로 끝날 줄 알았죠. 그런데 책이 나오고 큰 상도 받으니 정말 꿈만 같아요. 책 출간을 못 보고 돌아가신 김이구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잊히지 않아요. ‘더운데 애쓰셨네.’ 저에게 큰 격려가 됐습니다.”

유 시인은 어른을 위한 ‘손바닥 시’도 쓰고 있다.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세 번째 시집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문학동네)도 냈다. 유 시인은 “동시를 쓰면서 시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동심적 상상력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이야기를 작동시키는 원리이자 근원적 힘으로서 ‘동심’을 말합니다. 동심적 상상력으로 시를 계속 쓰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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