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은 죄가 없다. 화학을 어렵게 가르치는 교육제도, 화학을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걸 알아도 화학은 무섭다. “수헬리베붕탄질산…” 주기율표 첫머리가 공포의 주문으로 들린다. 환경호르몬과 슈퍼박테리아는 혐오스럽다. 과학저술가 김병민씨가 쓴 ‘슬기로운 화학생활’을 읽고 나면 조금은 생각이 바뀔 거다.
책은 자상한 아버지가 똘똘한 아들에게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 형식이다. 둘은 늘 ‘생활’에서 토론 거리를 찾는다. 균을 99.9% 죽인다는 손세정제를 믿어도 될까, 아빠의 무좀은 왜 낫지 않을까, 형광표백제는 옷을 정말로 하얗게 만들까…
문과생이 보기에, 대화는 꽤 깊이 들어간다. 폴리머, 키틴, 아데노신3인산 같은 말이며 원리들이 줄줄이 나온다. 소파보단 책상에서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의 셀프 추천사. “화학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우리의 무지와 무시, 방치와 은폐에서 비롯된다. 명확한 앎이 용기를 만든다.”
슬기로운 화학생활
김병민 글∙그림
동아시아 발행∙256쪽∙2만2,000원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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