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동(52)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과학특별보좌관에 발탁된 데는 이 신임 특보의 저서 ‘축적의 시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것이 인선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과감한 도전과 실패, 시행착오가 축적할, 축적의 시간이 허용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이 특보의 인식이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혁신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평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이정동 신임 경제과학특별보좌관 인선 소식을 전하며 “이 특보를 다수가 추천했고, 문 대통령은 이 특보의 저서 ‘축적의 시간’을 보고 감명을 받은 게 위촉 배경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마친 이후인 2016년 추석 때 이 책을 읽었고, 작년에 발간된 이 책의 후속 격인 ‘축적의 길’도 정독했다고 한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은 인연으로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이 특보를 전격 발탁한 것이다.
축적의 시간은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을 책으로 이 특보가 대표 집필했다. 저자들은 한국 경제가 독창적인 ‘개념설계 역량’을 갖추지 못해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독창적인 이들의 과감한 도전과 실패, 시행착오가 축적돼 혁신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시간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특보는 앞서 한 방송에 출연해 “모든 시행착오와 실패를 끝끝내 버티면서 그 경험을 축적해나가는 고수가 되는 것,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도 같이, 고수가 되기 위한 위험을 품어주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의 이 같은 문제 의식은 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혁신 성장과 상당부분 겹친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과의 간담회에서도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 실패를 용납해도 좋다, 실패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언에 “(최 회장의)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실패를 통해서 축적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 창업이 활발해야,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김 대변인은 “이 특보가 쓴 책의 '축적'이란 것은 결국 축적이 돼야 변화가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그런 뜻에서 이 특보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나 산업정책 변화 등을 자문해줄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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