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23일 우리 함정을 향해 또다시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이어도 근해에서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이 작전수행 중 일본 초계기가 불과 수십 미터 고도에서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초계기는 수십 차례에 걸친 우리 측 경고통신도 무시하고 근접 비행을 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근접 비행이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뿐 아니라 이달 18일, 22일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련의 근접 위협 비행이 일시적, 우발적인 게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점에서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
일본이 21일 일방적으로 ‘레이더 갈등’ 협의 중단 의사를 밝힐 때만 해도 불쾌하긴 했지만 한일관계 복원이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한일 간 갈등이 깊어진 만큼 레이더 사안을 더 끌고 가는 것은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중재 시도도 제기됐던 터라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그러나 일본의 계속된 ‘도발’은 우리의 선의를 악용하는 뻔뻔한 행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일본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요구하는 우리 측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국내외를 상대로 여론전만 펼쳐 왔다.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 조장을 목적으로 한 것 아닌가 의심스러웠는데 초계기 근접 위협 비행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신으로 굳어지게 된다. “러일 북방영토 협상 결렬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경두 국방장관의 분석이고 보면 우리가 아베 정권의 먹잇감이 될 이유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로서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이날 주한 일본무관을 불러 강력 항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레이더 갈등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고 국제사회에도 우리의 정당성을 알려야 한다. 일각에선 일본 요구를 받아들여 2016년 체결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재검토를 거론하는 견해도 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도 좋지만 우리를 무시하는 행태에는 단호한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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