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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죄선고 받았지만… 4ㆍ3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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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죄선고 받았지만… 4ㆍ3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9.01.25 00:5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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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윤 제주4ㆍ3도민연대 대표 

[저작권 한국일보]양동윤 4ㆍ3도민연대 대표.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양동윤 4ㆍ3도민연대 대표. 김영헌 기자.

“재심이 가능할거라고 말해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갈 수밖에 없는 길이었습니다.”

제주 4ㆍ3사건 당시 군경에 의해 억울하게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옥살이를 했던 4ㆍ3생존 수형인들의 재심을 이끈 양동윤(69) 제주 4ㆍ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2일 제주 제주시에 위치한 4ㆍ3도민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양 대표는 4ㆍ3생존 수형인 18명이 지난 17일 재심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변호사, 교수 등 만나는 사람마다 70년 전 공소장과 판결문이 없는 상황에서 재심 청구가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모한 시도였지만 재심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무조건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가 재심을 이끌어내기까지는 2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뒤에 있었다. 1999년 9월 당시 국민회의 제주4ㆍ3사건진상규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추미애 국회의원이 정부기록보존소 부산지소 지하서고에서 발견한 4ㆍ3수형인 명부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군법회의 실체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양 대표는 다음해부터 4ㆍ3수형인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형인 명부를 토대로 인천, 전주, 목포, 대구, 마포형무소까지 전국 형무소를 10년 넘게 돌아 다녔다. 그 과정에서 생존 수형인들을 만나게 됐고, 확인된 수형인만 40명에 달했다.

양 대표는 “(생존 수형인인) 현창용 할아버지가 찾아와 죽기 전에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하자고 했다”며 “하지만 재심까지는 쉽지 않았다. 아픈 과거를 다시 꺼내기 싫어하는 생존 수형인들을 만나 재판에 나서도록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고, 생존자 대부분이 팔순을 넘긴 고령자들이어서 시간도 촉박했다”고 재판 준비 당시를 회상했다.

양 대표는 2015년부터 한달에 한번 수형인 모임을 가졌고, 재심을 맡았던 임재성 변호사와 함께 소송준비를 한 후 2017년 4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재판부가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 역사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3개월 후 검찰은 스스로 공소 기각을 구형했고, 이는 70여년 전 군법회의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지난 17일 공소기각을 판결했다.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양 대표는 “사법부가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확인해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나머지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또 70년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형사배상소송과 손해배상소송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4ㆍ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4ㆍ3사건에 대한 추가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앞서 2003년 정부 차원의 4ㆍ3진상조사보고서가 나왔지만, 4ㆍ3수형인에 대한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양 대표는 “4ㆍ3진상규명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희생자의 명예회복은 물론 현재 논의 중인 배보상 문제 등 아직까지 풀지 못한 4ㆍ3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ㆍ3특별법 개정안에 4ㆍ3추가 진상규명과 추가보고서 작성, 4ㆍ3희생자 및 유족 상설신고처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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