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당정청이 참가한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은 이날 회의는 집권 3년 차에 공정경제의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 추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혁신도 포용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경제는 단순한 정의가 아니라, ‘갑’과 ‘을’이 상생하며 더 큰 성장과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불가결한 사회적 토대라는 인식을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비즈니스 친화 행보를 이어 가면서도 공정경제 문제에서만큼은 단호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국민소득은 지난해 3만달러를 돌파했지만 개인ㆍ기업 간 양극화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에도 가계소득 5분위 격차는 11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고, 기업 영업이익률(지난해 2분기)도 대기업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했으나, 중소기업은 0.1%포인트 하락해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공정경제 추진의 초점을 기업 간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강화에 뒀다. “일본 중소기업에서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 우리는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사례를 들어야 했다”는 대통령의 신랄한 언급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방안, 공공기관 불공정 관행 시정,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이 거론됐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법, 상생협력법, 집단소송법 등의 제ㆍ개정에 대한 국회 협조도 촉구했다.
문제는 공정경제가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지나치게 되면 최저임금 파동과 같은 실패를 부르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사실 일방적 공정경제 시스템 강요는 기업들에 사업 의욕 저하와 편법적 규제 회피 능력만 훈련시키는 부작용을 부르기 쉽다. 오너를 겨냥한 소유구조 개선 압박이 투자를 비롯한 전반적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만 봐도 그렇다. 따라서 압박과 규제 일변도의 방식보다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정경제에 참여하도록 유연한 접근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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