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 김황영 셰프
식탁 위 소시지를 놓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아이들은 짭짤하고 식감 좋은 소시지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지만, 선뜻 먹으라고 권하기 어려운 것도 부모 마음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부쳐(Butcher) 주방의 김황영(36) 셰프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해 ‘간장 저염 소시지’와 ‘올리브유 저칼로리 소시지’를 개발했다. 두 식품의 제조법은 지난해 말 특허청으로부터 정식 특허까지 받을 만큼 ‘그만의 노하우(Know-How)‘로 자리잡았다. 3년 넘게 고민과 실험을 반복한 끝에 이뤄낼 수 있었던 성과였다.
김 셰프는 2013년 경북 문경의 약돌 돼지를 공급받아 수제 소시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웰빙 소시지 개발을 꿈꿨다. 그는 23일 본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소시지는 싸고 칼로리 높고 갈아 만든 고기라 어느 부위인지 의심까지 들게 하는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고기의 질(문경 돼지)은 보장이 됐으니 제조법만 달리 하면 새로운 소시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호텔도 2억 원이 넘는 소시지 반죽 기계를 들여오는 등 적극 후원했다.
‘간장 저염 소시지’는 간장 안에 든 염분만 추출해 쓴 덕에 염도가 일반 소시지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6~7개월 전부터 호텔 1층 그랜드 델리 카페에서 팔았는데 반응도 꽤 좋다. 김 셰프는 “숯불에 구워먹는 게 최고라며 조리법을 먼저 홍보해주시는 손님도 많다”고 웃었다. 설 연휴가 끝난 다음 달부터 판매할 예정인 ‘올리브유 저칼로리 소시지’는 칼로리가 일반 소시지에 비해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돼 다이어트 음식으로 제격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김 셰프는 ‘일반 소시지의 약 25%를 차지하는 돼지비계를 식물성 올리브유로 대체했다’고 비밀을 슬쩍 털어놨다.
김 셰프는 삼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다. 여덟 살 큰 아들이 아빠가 개발한 소시지를 맛있게 먹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그는 “예전에는 수제 소시지라도 끓는 물에 데친 뒤 아이에게 주곤 했는데 저염, 저칼로리 소시지는 그런 걱정이 없다”고 미소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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