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일명 ‘강성부 펀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는 문자 그대로 행동주의(activism)에 기반해 수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간여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식회사의 주인’을 뜻하는 주주가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에선 국내 대기업의 경우 총수 일가가 사실상 모든 의사결정을 독식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행동주의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철학’ 정도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선진국 금융시장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행동주의 펀드는, 먼저 기관 또는 기업, 개인 등으로부터 투자 받은 돈으로 특정 기업의 의결권을 행사할 만큼의 지분을 확보한다. 그 다음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 사업성 제고 등을 명분으로 한 경영 개입, 즉 ‘행동’을 통해 기업 가치(주가)를 끌어올린 뒤, △배당 △지분매각 △인수합병(M&A) 등 방법으로 차익을 실현한다.
국제 자본시장에선 투자의 한 방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국내에선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는 게 사실이다. 멀쩡한 대기업들을 ‘공격’한 것으로 유명세를 탄 미국계 펀드 ‘타이거’, 영국계 ‘소버린’과 미국계 ‘칼 아이칸’ 등이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다. 이들은 국내 대기업(SK텔레콤, ㈜SK, KT&G 등)들의 지배구조상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각각 6,300억원(SK텔레콤), 1조원(㈜SK) 등 대규모 시세차익을 거둔 뒤 유유히 빠져나갔다.
최근에는 반짝 시세차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실제 기업 지배구조의 방향에 개입하기도 한다.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을 규합해 주주총회에서 실력 행사에 나섰고, 작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에 반대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도를 좌초시키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6년 만들어진 ‘한국지배구조펀드’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시초 격이다. 당시 소액주주운동을 이끌던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투자 고문을 맡아 일명 ‘장하성 펀드’로 유명세를 떨쳤다.
장하성 펀드는 태광산업 대표이사 해임 소송, 한솔제지 사외이사 선임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주목 받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40% 넘는 손실을 봤다. 이후 계속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다 2011년 20% 가까운 손실을 내면서 이듬해인 2012년 펀드를 청산하고 말았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