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법정에 출두한 박병대 전 대법관은 사법 농단 혐의를 부인했다. 후배의 재판 정보를 넘겨다 본 것에 대해서도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19호 법정에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첫 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한 물증과 당시 행정처 심의관들의 진술을 토대로 그가 사법농단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개입 등 30여 개에 달하는 박 전 대법관의 혐의가 모두 헌법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박 전 대법관 측도 가만 있지 않았다. 검찰 논리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전 대법관 자신은 법원행정처 보고 체계의 중간단계에 있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을 폈다. 일부 혐의는 최종 결정권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다른 혐의는 실무를 총괄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책임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사법부의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후배 이모씨의 재판정보를 무단 열람한 혐의에 대해, 박 전 대법관은 집무실에서 이씨를 만나고 재판정보를 찾아본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박 전 대법관은 대신 “사적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이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장과 달리 박 전 대법관은 2016년 아는 사람의 재판 정보를 무단 열람한 검찰 수사관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씨 사건이 자신이 속한 재판부에 배당되도록 했다는 의혹에는 “전자배당으로 이뤄졌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 마지막 무렵 직접 준비해간 A4용지 3매 분량의 최후진술을 읽었다.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서 새로 제시한 사실관계나 증거 가운데 법률적으로 유의미한 것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치열한 공방은 장외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법 인근 법원 삼거리에는 ‘양승태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와 보수단체의 구속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이에 앞서 박 전 대법관의 서울법대 76학번 동기 62명은 법원에 탄원서를 내 “유무죄가 불분명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재판 거래라는 있을 수 없는 죄명으로 박 전 대법관을 구속하는 것은 ‘법의 존엄성’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