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엊그제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목포 문화재거리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 파문과 관련해 “정부, 여당이 국민 앞에 겸허해지겠다고 다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권력형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커지는데도 여당 지도부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이례적으로 이 총리가 나선 것이다. 이 총리 발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결백을 주장하는 손 의원의 처신이나 여당의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뜻으로 들리니 말이다.
손 의원은 어제 목포 기자간담회에서 의혹을 재차 전면 부인하며 ‘언론의 왜곡, 과장 보도와 야당의 부풀리기가 빚어낸 소동’이라고 주장했다. 조카와 측근, 주변 인물을 앞세워 20여건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나 오로지 목포의 근대문화재 보전과 구도심 재생을 위한 것이며, 이해충돌 오해를 풀기 위해 이익은 박물관 기증 형태로 모두 내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언론이 자신의 해명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현지 간담회를 가졌다며 검찰 조사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손 의원은 이런 해명으로 목포 시민의 지지를 얻고 의문도 대부분 해소될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손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투기 여부 등의 단순 사실관계를 넘어 국회 문화관광체육위 간사와 김정숙 여사 중ㆍ고교 동문 등의 지위 및 관계 남용으로 비화하고 있어서다. 이 총리가 겸허한 자세를 강조하며 수사 및 의법 처리, 목포 재생사업 지속, 투기차단 등 3가지 대응 원칙을 밝히고 민주당 소장 그룹에서 이해충돌 외면 등 손 의원의 둔감한 공직윤리 의식을 꼬집는 비판이 식지 않는 배경일 게다.
야당은 손 의원을 ‘문재인 정권의 최순실’로 규정하며 해명을 변명으로 치부하고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로 공세를 이어 갈 태세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 없이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라는 긴 이름으로 언론보도만 되풀이하는 무임승차 정치공세는 ‘조국 운영위’에서 보듯 자충수가 되기 쉽다. 손 의원이 블랙홀이 돼 정치가 실종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으니 손 의원과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한발짝 물러나 숨을 고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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