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미시령터널 지하 노선 보완 요구
수년째 환경부 문턱 못 넘어 조기착공 무산
강원 춘천에서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철도 사업이 환경문제에 발목 잡혀 차질을 빚고 있다. 환경부가 미시령터널 80m 아래에 터널(9.2㎞)을 건설하는 강원도 제시 노선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환경부가 해당 노선이 환경영향 측면에서 적정성과 입자 타당성 검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추가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23일 밝혔다. 고속철도 노선이 설악산 국립공원 등을 꼭 지나야만 하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난감한 입장이다.
설악산 국립공원과 군 부대를 포함하지 않는 우회 노선을 마련하려면 설계 기간과 구간에 편입되는 지역의 주민설명회 등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입장에선 기본설계비 165억원과 실시설계비 27억원 등 어렵게 확보한 국비를 써보지도 못할 처지가 된 것을 물론 조기착공도 사실상 물거품이 된 셈이다.
물리적 시간과 함께 비용문제도 고민이다. 동해북부선(강릉~제진)과 연계해 대안 노선을 찾더라도 1,500억원이 넘는 사업이 증액이 불가피하다. 이러면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는 상황이 될 공산이 크다.
동서고속철도(92.52㎞)는 춘천에서 화천과 양구, 인제를 지나 속초까지 이어지는 핵심 교통망이다. 경춘선 전철구간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70분대에 닿을 수 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강릉선KTX와 함께 강원 영동권 발전을 앞당길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 사업은 1987년 대선에 처음 공약으로 등장한 이후 30년을 끌어오다 2016년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재정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후 번번이 환경문제에 발목 잡혀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앞서 2017년 10월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으나 지난해 9월 반려됐다.
당시 인제에서 속초 사이에 위치한 설악산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를 통과하는 노선이 문제가 됐다. 이에 강원도는 56번 국도를 따라 미시령터널 아래에 터널을 뚫어 지나는 보완 노선을 제시했으나, 환경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강원도는 설악산과 군부대를 우회하면 노선 연장과 사업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미시령터널 직하부를 통과하는 노선을 다시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의 고위 관계자는 “여러 대안 가운데 미시령터널 바로 아래를 통과하는 지하 노선이 최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음달까지 보완서를 마련하는 등 국토교통부와 함께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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