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기각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범죄 혐의의 입증뿐 아니라 다른 여건도 판사가 재량으로 판단하게 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규명을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해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 최고위원은 23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전화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묻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예정돼있다.
박 최고위원은 사법농단 의혹의 또 다른 축인 고영한ㆍ박병대 전 대법관의 예를 들면서 “그 때 적어도 한 명은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을 했었지만 둘 다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법원 내부에서 이 전직 대법관급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는 주장이다.
박 최고위원은 “그런데 하물며 전 대법원장의 영장을 과연 편안하게 심리해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냐. 그 부분에 대해 좀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최고위원은 검찰이 확보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3가지에 기대를 건다고 밝혔다(본보 1월 21일자 9면, 양승태 옭아맬 아킬레스건 세가지).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치하에서 불이익 처분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인물인 이규진 판사의 업무수첩이 3권 정도 발견됐다”며 “그 수첩에 지시 사항을 분류해서 적을 때 (대법원장을 의미하는) ‘대’(大)자를 옆에 표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관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 최고위원은 “또 다른 하나는 인사 관련된 문건을 올리면 그 중에서 불이익 처분할 법관에게 ‘V’자 표시를 양 전 대법원장이 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를 두 번째 증거로 들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에 개입했다는 증거로 확보된 ‘김앤장의 양승태 독대 문건’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 자신의 집무실 등에서 피고 측 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한모 변호사와 세 차례 독대하고, 사건 진행과정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최고위원은 “그런 증거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느냐, 그리고 (고영한ㆍ박병대) 두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했을 때 나온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게 적용되느냐가 하나의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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