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이가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것이 뒤늦게 밝혀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사건에서 당시 검찰 수사에 중대한 과오가 있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다.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기소하고 이후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당시 수사검사에 대해선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한 매우 부적절한 태도였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 대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심의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이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던 최모씨 등 이른바 ‘삼례 3인조’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은 삼례 3인조를 그대로 재판에 넘겼고,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6년이 확정됐다. 당시 삼례 3인조를 기소한 최모 검사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 해 11월 부산지검은 또 다른 용의자 3명을 진범으로 지목해 전주지검으로 이송했지만, 전주지검은 “피의자들이 자백을 번복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때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사도 최 전 검사였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진범 중 한 명인 이모 씨가 2015년 “나를 비롯한 3명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곧바로 삼례 3인조가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재판을 거쳐 2016년 11월 무죄를 확정했다.
억울한 처벌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인정되면서 사건 당시의 검찰 수사를 놓고 부실ㆍ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심의결과에서 “삼례 3인의 경찰 수사과정에서 폭행 등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이 이뤄졌고, 검찰 수사단계에서도 ‘사형’, ‘무기징역’을 언급하는 등 고압적인 언사나 무거운 분위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주요 참고인을 조사하지 않은 점이나 주요한 단서였던 경상도 말씨 사용 여부를 대조하지 않은 점, 삼례 3인의 지적 능력을 간과한 점 역시 수사 미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지검이 진범을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삼례 3인을 기소했던 전주지검으로 이송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송 배경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는 규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전주지검이 이송된 사건을 최 전 검사에게 다시 배당한 사실이 매우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사건처리의 공정성, 중립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한 원처분 검사에게 내사사건을 배당한 것은 종전 수사결과를 그대로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미필적 인식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의 진범인) 부산 3인의 자백에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한 무혐의 결정은 검사가 공익의 수호자로서 부담해야 할 객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위원회는 삼례 3인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수사단계에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장애인 조사 과정에 대한 필수적인 영상녹화제도 마련 △검사 및 수사기관의 기피ㆍ회피 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다만 위원회는 조사를 마친 대다수 다른 과거사 사건들과는 달리 피해자에 대한 검찰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판단까지는 내리지 않았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인 데다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이유로 최 전 검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인 만큼 개인의 과오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씨 등 3명은 국가와 최 전 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최 전 검사는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작년 말 피해자들을 맞고소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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