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낸드플래시 생산거점 중국 시안 공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첫 출장지로 중국 시안(西安)을 선택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산업 위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해외 생산기지가 있는 시안을 연초부터 방문한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두고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중국 춘절 연휴시기인 다음달 초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2014년 준공했는데, 이 부회장 방문은 당시 준공식 후 처음이다.
업계는 시안 공장이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원이 꺼져도 저장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가 주력 생산품으로, 삼성전자는 이 곳에 낸드플래시를 본격 양산하기 위한 2공장을 한창 짓고 있다. 현재도 매달 약 10만장 정도 웨이퍼(반도체 기판)가 생산되는데, 2공장이 가동될 경우 생산력은 지금보다 두 배로 급증하게 된다.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 현황이 ‘위기’라고 할 만큼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현장 점검을 통해 이를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국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 27개월 만에 감소 상태로 돌아선 데다 올 들어서도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8% 쪼그라들 만큼 뒷걸음을 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 급감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
이런 가운데 낸드플래시는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행보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제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이 과점 지배하는 D램 시장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5, 6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반도체 가격이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력과 자금력을 동시에 갖춘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일 것이냐 늘리느냐에 따라 시장 자체가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 청와대를 방문해 반도체 업황을 걱정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하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투자와 생산은 기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2위 기업과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의지가 이 부회장 최근 행보에서 엿보인다”며 “시안 공장 방문을 통해 추락하는 시장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이 나올지도 궁금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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