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여자실업축구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하금진 전 감독이 선수단 구성원에 대한 성폭력 사건으로 퇴출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하 전 감독은 3년 전에도 16세 이하(U-16) 여자대표팀 감독 시절 성추행 전력으로 해임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은 긴급 진상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16년 3월부터 한수원을 이끌던 하 전 감독은 지난해 선수단 소속 A씨에게 지속해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시즌 중이던 9월 계약 해지를 당했다. 하지만 구단 측은 감독의 성폭력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당시 코치 대행체제가 길어져 이유 파악에 나섰지만 구단으로부터 ‘감독이 개인적인 집안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한수원의 리그 경기에 하 전 감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경기 기록지에 감독 대신 고문희 수석코치의 이름이 서명돼 있다.
한수원 측은 하 전 감독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단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외부 기관의 피해자 및 참고인 조사 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으나, 이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절차”라며 “피해자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는 대가로 특혜를 제안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하 전 감독은 3년 전인 2016년 U-16 여자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성추행 전력으로 퇴출된 전력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하 전 감독은 U-16 여자 국가대표 감독 시절 협회 소속 직원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 ‘직장 내 성희롱’으로 해임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3년 전 일이라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당시 하 전 감독이 제출한 사직서와 관련 자료 등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감독에서 퇴출된 지 2개월 만인 2016년 3월 감독직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는 “한수원 감독 공모 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협회 측에도 잘못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한수원 선수단이 전지훈련 중인 제주도로 급파해 선수와 구단 관계자 면담 등 현장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하 전 감독이 지도자를 맡았던 U-20, U-16 여자대표팀에도 선수 가운데 동일 사례 피해자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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