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새해 들어 사회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일부 물리적 탄압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불만 목소리가 커지는 등 민심 동요조짐이 보이자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최소한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30주년인 6월 초까지는 억압적 통제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시 주석이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지방정부 지도자들과 중앙정부 부장(장관)급 인사들을 모아놓고 ‘중대한 위험’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당교 세미나에서 “당이 장기집권과 개혁ㆍ개방,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장기적이고 복잡한 시련을 맞았고 외부환경도 험난하다”면서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확실히 이룰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서 현재의 주요 위험을 해결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유달리 체제 안정을 강조한 이날 공교롭게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톈안먼 유혈진압의 후폭풍을 맞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6.6%라고 발표했다. 중앙당교 세미나가 예정에 없이 급하게 잡힌 비상회의 성격이었음을 감안하면 경기둔화가 사회 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중국 지도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앞으로 공산당 중심의 통제시스템이 더욱 강화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중국 공산당은 1978년 12월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최고지도자가 개혁ㆍ개방을 천명한 뒤 고도성장에 따른 경제 업적을 앞세워 일당독재의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국과의 전방위 갈등이 심화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경제 성적표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전통적으로 총리가 관장해온 경제정책도 총괄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새해 들어 반부패 사정작업의 핵심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대해 시 주석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게 했고, 매일 수억 건이 업로드되는 인터넷ㆍ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사전검열도 사실상 의무화했다. 정치ㆍ사회적 불안 요인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체제 안정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권력기관을 직접 동원하고 사이버 공간에 대해서까지 통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올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시진핑 지도부의 강경 정책은 상반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6월 4일은 대학생들이 큰 축이었던 톈안먼 민주화시위 30돌이고 지난해부터 베이징대ㆍ칭화(淸華)대를 포함한 전국 각지 대학에서 중소 규모의 노동조합 운동에 결합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로서는 6월까지는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중국 공안당국이 중소기업 노동조합 운동에 가담한 대학생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학생을 잇따라 연행ㆍ구금한 뒤 잘못했다고 말하는 영상을 촬영해 공개하고 있을 정도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인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공산당 지도부의 통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6ㆍ4 톈안먼시위 30주년을 앞두고 젊은 세대의 정치활동에 대해선 물리적인 탄압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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