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스웨덴서 2박 3일간 함께 식사하며 화기애애 분위기
합의 도출보다 각자 입장 설명… “접점 찾는 진짜 협상 지금부터”
비핵화 프로세스 해법 모색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박 3일간 진행된 남ㆍ북ㆍ미 3자 실무 협상이 21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지난해 8월 취임 후 북미 실무 대표 간 대면은 처음이었던 만큼, 합의 도출보다는 각자의 구상과 입장을 상세히 털어놓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이란 게 외교가 중론이다. ‘2월 말’로 발표된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서로가 제시한 카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스웨덴 접촉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역할이 확대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비건 특별대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부터 참여한 실무 협상은 21일 종료됐다. 당초 22일까지 3박 4일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원래는 2박 3일 일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21일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혹시 최선희 부상이 체류 일정을 연장할 것에 대비해 22일까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동안의 실무 협상에서 북미는 어떤 비핵화 조치(북한)와 상응 조치(미국)를 내놓을 수 있을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 취임 후 약 5개월간 한미가 고안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설명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 소식통은 “(남북미가) 3일 동안 식사를 같이했고, (협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실무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합의 도출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6ㆍ12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실무진 간 첫 대면이었던 데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17~19일) 일정과 맞물려 실무 협상이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무 협상과 고위급 회담 결과를 종합해야 저마다 구체적인 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북미 정상회담 날짜 발표 여부를 (북미가) 만족할 만한 결과에 도달했느냐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는 수차례 후속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각자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니, 서로 접점을 찾는 진짜 의미의 협상은 다음부터라고 본다”고 말했다. 1차 정상회담 당시 성 김 필리핀 대사와 최 부상이 판문점, 싱가포르 등에서 막판까지 벌인 접전이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프로세스 내용물을 채우는 북미 실무 협상에 한국이 공식 참여했던 만큼, 정상회담 전까지 남북미 3자 틀이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북미 간 협상 교착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정부 역할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성렬 전 수석연구위원은 “이번처럼 남북미 3자가 모여 협상을 이어가면 외견상 중국을 배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현실성이 낮다”며 “(기존처럼) 남북, 북미, 한미 등 양자 간 소통을 기본 형태로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무 협상을 마친 이도훈 본부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로 이동, 강경화 장관에게 대면 보고를 한 뒤 24일 오후 귀국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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