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변호사협회 차기 수장으로 뽑힌 이찬희 변호사(54ㆍ연수원 30기)는 당선 일성으로 “단결과 화합으로 유사직역 침탈과 변호사 내부 갈등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무사나 세무사 등 법조 유사 직역과의 경쟁은 물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사시 출신 변호사 간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이라 안팎의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애초 이 당선자 외 후보가 없어 선거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81%의 압도적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당선자 캠프 측은 “선거 성사를 걱정하던 터라 찬성 9,000표를 넘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다.
변호사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이끈 데는 “직역 수호를 위해 선거 무산 만은 막아야 한다”는 호소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변호사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세무사법 개정 시도 등 유사직역과의 영역 다툼이 이어지면서 변호사업계의 위기감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당선자는 “유사직역 침탈 등 변호사업계가 취한 위기감을 공유한 회원들이 힘을 실어주신 것 같다”면서 “변호사 직역 수호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로스쿨 출신과 사시 출신 간의 해묵은 갈등에 지친 변호사업계가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지지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선출된 이 당선자는, 서울변회 운영에 있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무난한 업무수행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가 “투표 참여시 우산을 지급하는 것은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는 꼼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거나, 일부 변호사들이 선거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여전한 내부 갈등 요소는 이 당선자가 넘어야 할 과제다. 25일 사전투표가 진행될 서울변회장 선거 또한 로스쿨 출신 대 사시 출신 구도를 재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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