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전 국립박물관 학예실장
특정 학예사 채용 압박 의혹엔
국립박물관 "검토했지만 안 뽑아"
인사 외압 의혹 사실상 인정
민병찬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손혜원 무소속 의원에게 인사 보복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민 관장이 손 의원의 요구와는 반대로 현대 미술품 구입에 우려를 표해 온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나전칠기 수집가인 손 의원은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전칠기 작품 구입을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이었던 민 관장이 나전칠기 구입에 반대했다 손 의원에게 미움을 사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겼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나전칠기 작품은 통상 현대 미술공예품 분류되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손 의원은 중앙박물관 대상 국정감사 등에서 “현대 미술품도 구입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었다.
민 관장은 22일 전화통화에서 “근현대 작품까지 박물관이 계속 지녀 가야 한다는 부분에는 정책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근대까지는 괜찮은데 현대 작품의 경우 현재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할 때는 구설이 상당히 나올 수가 있기 때문에, 또 이권이 많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학예실장 시절 나전칠기 구입에 직접 반대하지는 않았다“며 “배기동 중앙박물관장이 현대 미술품을 사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의원은 중앙박물관의 현대 작품 구입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선 “중앙박물관, 그리고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어느 누구도 현대 것을 사지 않는다는 말씀은 지난번에도 드렸고 재작년에도 드렸다”고 질타했다. 중앙박물관의 나전칠기 작품 구매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그는 “우리나라에선 무형문화재도 아니고 지방문화재도 아닌 (나전칠기 장인인) 오○○씨의 작품을 최근 빅토리아 앤드 엘버트 뮤지엄이 샀다. 그런데 국립박물관이나 우리나라 박물관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고 했었다.
민 관장은 손 의원의 입김 때문에 경주박물관장으로 좌천된 건 아니라고 일단 밝혔다. 그는 “경주박물관장으로 간 게 영전으로 평가되기도 한다”며 “학예연구실장과 경주박물관의 직급은 같지만, 경주라는 지역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년6개월간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내다 지난해 9월 경주로 옮겼다. 중앙박물관도 “계획된 순환보직 인사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손 의원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속 학예사 이모씨를 중앙박물관에서 채용할 것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손 의원이 직접 중앙박물관을 찾아 가 이모씨 채용을 요구하며 큰 소리를 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국정감사에서 이모씨를 거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앙박물관은 22일 “손 의원이 이모씨를 추천했으나 검토 끝에 선발하지 않았다”는 골자의 보도자료를 내 인사 외압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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