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도 이젠 세상 돌아가는 일은 물론이고, 행정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시골 마을의 이장들이 수년 간 쌓은 지식과 경험을 모아 유능한 이장이 되기 위한 업무매뉴얼을 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이장협의회는 최근 A4용지로 126쪽 분량에 달하는 ‘동이마을 이장업무 매뉴얼’을 발행했다.
매뉴얼에는 이장이 연중 시기별로 챙겨야 하는 업무와 사업, 복무규정, 조례 등이 꼼꼼하게 담겨 있다. 복지수급자 정부 양곡 신청을 비롯해 여성 농업인 행복 바우처 신청, 화재 취약계층 주택용 소방장비 설치 수요조사, 가로등 설치 신청절차 등 행정 업무도 자세히 설명돼 있다. 마을회 구성과 자치규약 작성, 재산ㆍ비품관리 방식 등 주민자치와 관련한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장협의회 관계자는 “매뉴얼에는 퇴비와 감자씨ㆍ옥수수씨 신청 등 농업 분야부터 마을 발전을 위한 사업 신청, 철에 따라 공문을 통해 내려오는 업무 등 이장이 매월 시기별로 해야 할 일을 총 정리하고, 필요한 부가정보까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업무매뉴얼은 이 곳 이장들이 2016년부터 운영한 ‘좋은 이장학교’에서 마을 리더로서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 및 보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장학교는 이장들이 더 이상 ‘행정기관의 심부름꾼’이 아닌 최일선 행정 현장의 대표로서 자질과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방자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장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운영비는 대청호 상류에 있어 엄격한 환경규제를 받아 매년 지원받는 금강 수계기금으로 충당한다.
이장학교에선 주민자치, 공동체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수시로 듣고 있다. 2년 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시종 충북지사 초청 강연을 듣기도 했다.
이들은 또 농촌 활성화에 성공한 마을 찾아가 벤치마킹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지난해 이장학교 학생 대표를 맡았던 박효서 전 안터마을 이장은 “이장은 지자체의 각종 사업과 예산의 흐름에 밝아야 하고, 마을 안팎의 사정까지 챙겨야 하는 등 그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매뉴얼은 이를 위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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