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바뀐다…시장 규모 4년 새 9배 폭증 예상

#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 실제 인파 속에서 끊임 없이 등장하는 가상의 적들을 주인공 유진우는 권총으로 제압한다. 주인공은 초고속 통신으로 연결된 콘택트렌즈로 이 가상현실(VR) 게임에 접속한다. 최근 막을 내린 tvN 주말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한 장면이다.
현실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고화질 가상현실 게임을 콘택트렌즈 하나로 즐긴다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 같은 장치를 작게 만들 수 있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하긴, 조만간 선을 보일 자율주행 자동차는 무려 30년 전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의 소재였지 않은가.
가상현실(이 글에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분하지 않고 가상현실로 사용함) 기술은 게임 외에도 응용분야가 다양하다. 방송 같은 미디어 콘텐츠, 교육, 의료, 시뮬레이션, 훈련, 광고는 물론 제조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놀이공원에 가지 않고도 놀이기구를 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고, 시신 없이 가상영상으로 해부학 실습을 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부품 설계부터 조립, 성능 테스트까지 가상현실 속에서 진행이 되고 아파트 견본주택도 실제로 지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가상현실ㆍ증강현실(AR) 산업 부상에 따른 7가지 비즈니스 기회>

특히 올해 국내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차세대 통신망 5G는 가상현실 시장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5G는 속도 중심의 초고속을 넘어 초연결성, 초저지연 등 가상현실 발전의 핵심 조건들을 갖췄기 때문이다.
우선 5G는 기존 4G(LTE)에 비해 약 1,00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고화질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속도다. 또한 단말기에서 기지국까지 4G에서 0.02초 이상 걸리던 서비스 지연을 50분의 1로 단축해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다. 기존보다 10배 많은 사람(기기)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어 초연결 시대를 연다.
이런 특성으로 5G는 가상현실에서 꼭 필요한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 중 1차적으로 네트워크 분야를 확 바꿔놓을 전망이다. 초고속 인터넷은 고해상도 동영상 이미지를 끊김 없이 공급해 기존 가상현실 기술의 단점으로 꼽혔던 저해상도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한 가상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가상현실 구현에 사용했던 기존 HMD(Head Mounted Display)는 지연시간 때문에 머리가 회전하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사용자에게 어지러움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5G의 초지연성은 이런 부작용 없이 자연스러운 동작을 가능하게 해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 없이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5G는 4G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어 기기 소형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
더불어 4G보다 10배나 많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하나의 가상현실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 쇼핑, 교육, 훈련 등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특성들은 가상현실 영상을 다운로드 해 재생하는 형태에서 실시간 스트림하는 형태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덕분에 스포츠 경기, 콘서트 등을 실시간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상현실은 몰입형 디스플레이, 광학, 센싱, 촉각기기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거대한 시장을 구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게 가능해지고 이런 것이 돈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제 한물간 이야기이지만 실제 공간에 등장하는 가상의 괴물을 잡는 게임 ‘포켓몬 고’는 2016년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약 2년간 누적 매출 22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희귀한 괴물이 자주 등장하는 지역에 관광객이 몰리고, 상권이 살아나는 등 부수적인 경제 효과는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시장분석 전문기관 ‘마켓 앤 마켓’은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 규모가 2018년 180억 달러에서 2022년 1,513억 달러로 4년 새 9배 가까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세계시장 규모 예측> (단위: 10억 달러)

구분 | 2013년 | 2014년 | 2015년 | 2016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VR시장 | 0.79 | 0.98 | 1.37 | 2.19 | 3.67 | 6.15 | 10.21 | 16.18 | 24.23 | 33.90 |
AR시장 | 0.83 | 1.39 | 2.35 | 3.99 | 6.85 | 11.90 | 20.99 | 37.34 | 66.54 | 117.40 |
합계 | 1.62 | 2.37 | 3.72 | 6.18 | 10.52 | 18.05 | 31.20 | 53.52 | 90.77 | 151.30 |
*자료=마켓 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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