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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간 한국신 7번 이혜진 “레인보우 저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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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간 한국신 7번 이혜진 “레인보우 저지 기다려”

입력
2019.01.23 18:00
수정
2019.01.23 19: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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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더 레코드] 사이클 여자단거리 ‘기로 괴물’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이 지난 16일 충북 진천선수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 고영권 기자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이 지난 16일 충북 진천선수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 고영권 기자

대한민국 여자 사이클 간판 이혜진(27)은 ‘기록 괴물’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한국 신기록을 무려 7번(200m 1회, 500m 6회)이나 갈아 치웠다. 특히 2017년 11월 진천선수촌 벨로드롬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수선발 평가대회 5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이틀 연속 새로 쓰는 진기록도 남겼다.

만 18살이던 2010년에는 대한민국 사이클 사상 최초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혜진이 “최고보다는 최초가 되고 싶다”고 선언한 것도 이즈음이다.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혜진은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도, 한국 최초의 기록들도 다 내가 새로 쓰고 싶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이혜진과 사이클의 인연은 단지 ‘내 자전거를 갖고 싶어서’ 학교(성남 태평중) 자전거부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불과 3년만인 2006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소년체전에서 중등부 200m 신기록(12초 333)을 세웠는데, 무려 10년이 지난 2016년에야 황소진(16ㆍ12초093)이 새로 작성할 만큼 대기록이었다. 이혜진은 황소진에 대해 “기록이 깨진 아쉬움은 있었지만, ‘저 녀석(황소진) 정말 잘 타네’하는 생각에 대견스러웠다”면서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차세대 에이스’로 길러내고 싶은 선수”라며 웃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며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사이클을 탄 이후 실패를 모르던 그였기에 2016년 8월 ‘리우 참사’의 아쉬움이 컸다. 당시 이혜진은 세계 랭킹 4위로, 자타 공인 강력한 ‘한국 최초의 사이클 메달’ 후보였다. 이 종목 한국신기록(10초150) 보유자였고, 올림픽 직전에는 한국 사이클 사상 최초로 트랙 월드컵 단거리에서 메달을 따내며 기세마저 좋았다. 함께 훈련하던 남자 선수들도 이혜진의 컨디션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혜진은 “올림픽 직전 몸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못해도 3등은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각 조 3위까지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준결승에서 불운을 맞았다. 경기 중 바로 앞에서 달리던 마르사바요나 피네타(콜롬비아)가 넘어진 것. 다행히 충돌은 피했지만 이혜진은 경기 리듬을 완전히 잃었고, 12초334로 4위에 머무르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기대가 컸기에 상실감이 깊었다. “사이클을 탄 이후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고 했다. 이듬해 여름까지 1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성격도 예민해졌다. 올림픽 직후 가뜩이나 지친 심신을 이끌고 각종 국제 대회에 연달아 출전하는 바람에 슬럼프가 더 길어졌다. 주변에서 들려온 얘기는 ‘빨리 슬럼프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질뿐이었다.

하지만 한솥밥 먹는 팀 동생들은 그를 감싸 안았고 ‘몸이 안 좋을 수도 있지, 언니라고 매번 잘할 수 있느냐’며 손을 내밀었다. 이혜진은 “(황)예은, (김)채현, (진)미경, (김)수현, (권)소연이 등 다섯 동생들에게 정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많은 힘이 됐던 동생들이다”고 했다.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이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진천= 고영권 기자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이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진천= 고영권 기자

리우의 기억을 잊기 위해서라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선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직 올림픽 출전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사이클 월드컵, 세계선수권 대회 등 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꾸준히 획득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이혜진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이 장점이다. 벨로드롬에서 이혜진의 시속은 60㎞대 후반, 다른 선수 뒤에서 저항을 줄이면 최고 시속 80㎞까지 나온다. 다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다소 처지는 체력은 보완해야 한다. 단거리의 경우, 예선과 준결승 결승까지 1~2일에 진행되는데, 참가 선수가 많으면 하루에 8게임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도쿄올림픽 때 그의 나이는 만 28세가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혜진은 “문제없다. 나이보다 나와의 싸움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현 세계 랭킹 1위 모튼 스테파니(호주)가 올해 29세고, 랭킹 2위이자 아시아 최강자 리와이체(홍콩)는 이혜진보다 5살이나 많은 32세다.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 진천= 고영권 기자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 진천= 고영권 기자

또 다른 목표는 세계대회 챔피언에게 수여되는 ‘레인보우 저지’를 입어보는 것이다. 이혜진이 레인보우 저지를 입게 되면 이 또한 한국인 최초 기록이다. 이혜진은 “2010년 주니어 대회 이후 금메달(1위)이 없다”면서 “이제는 세계 엘리트 대회에서 꼭 한번 챔피언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이혜진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세우고 당당히 벨로드롬을 떠나고 싶다”고 다짐했다.

진천=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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