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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일본이 한국과 싸우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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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일본이 한국과 싸우는 진짜 이유

입력
2019.01.22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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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직후 문재인 정부가 내건 정책은 화려했다. 경제, 사회, 외교ㆍ안보정책 모두 그랬다.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그를 찍지 않은 사람들도 솔깃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사람중심 경제 △제조업 부흥과 중소ㆍ중견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출산ㆍ노후 걱정 없는 대한민국 △국익우선 협력외교 등 ‘폼 잡기’ 좋은 정책들이 줄줄이 내걸렸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청와대는 인정하지 않지만, ‘폼만 잡았지 성과는 별로’라는 게 세간 평가다. 이를 증명하려고 실업률 통계나 제조업 일자리ㆍ출산율이 어떻게 악화했는지를 굳이 제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남은 분야라면 ‘외교ㆍ안보’ 인데, 이것도 불안하다. 미국과 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다는 ‘비핵화’는 감감 무소식이다. 벌써부터 ‘스몰딜’, ‘핵동결’ 등 한국의 국익이나 한국인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외교 또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얼마나 실속을 갖게 될지 미지수다. 전 정권의 위안부 합의 파기부터 징용 피해자 판결 문제 등 한일간 현안에서 마찰을 불사하고 있지만 뒷감당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껄끄러운 한일관계를 이용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도 과도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양보하면 곧바로 ‘친일’,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강경 여론에 장악된 국민 감정 때문이다. ‘불행한 과거’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얽힌 수 많은 변수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걸 잘 아는 전문가들은 한일관계가 최악이 됐을 때 우리 정부가 뒷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그 걱정은 최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보낸 이메일 때문에 더욱 커졌다. 이메일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북한과 졸속으로 합의했을 때, 일본이 반대급부로 미국에게서 무엇을 얻어내려 하는지 보여주는 여론전략이 들어 있었다.

이메일에 따르면 CSIS는 지난 7일 일본의 방위예산 증액 문제를 놓고 찬반 토론을 벌였다. 진보성향의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위원은 “방위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정부가 내세운 군사 전문가 폴 지아라는 “GDP의 2%까지 지출하도록 미국이 용인해야 한다”고 맞섰다. 워싱턴의 군사 컨설팅업체 ‘글로벌 전략&변화’ 대표인 지아라는 한일 레이더 갈등에서도 ‘일본이 100% 옳다’고 편든 인물이다. 요컨대 아베 정권이 한일 갈등을 부각시키는 건 한국과 사이가 나빠야 북미 협상 이후 한국을 희생양 삼아 미국에게서 더 큰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반영된 포석인 셈이다.

더 심각한 건 한ㆍ미ㆍ일 3각 안보협력을 경시하는 트럼프 정권 아래서 일본이 노리는 게 방위예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싱턴의 한 지인은 일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일본 언론 보도를 소개했다. 2016년 12월 일본 교도통신의 미국 필라델피아발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서 익명의 전 미국 외교관은 “일본의 오랜 소원을 성취하기에 지금보다 좋은 때가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을 구성하고 유엔에 대한 일본의 공헌 역사가 60년을 넘은 지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어낼 절호의 기회”라고 조언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한반도 운전자’커녕 북핵 위협이 여전한 가운데 새로운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이웃국가로 둬야 할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했고 일본도 이런 야망을 품고 있다는 걸 안다면, ‘조변석개’ 국민 감정만 믿고 일본과 드잡이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조철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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