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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세안] 추위 미세먼지 피해 한 두달... 요양 체류 늘며 방값 껑충

입력
2019.01.24 04:40
수정
2019.01.24 07:5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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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관광 1번지’로 부상한 베트남 중부 다낭의 해변 풍경. 아름다운 풍광과 연중 온화한 날씨로 단기 관광객들은 물론 1,2개월씩 지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관광 1번지’로 부상한 베트남 중부 다낭의 해변 풍경. 아름다운 풍광과 연중 온화한 날씨로 단기 관광객들은 물론 1,2개월씩 지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공기가 정말 이래요?”

최근 삼성전자는 새로 신설하는 부서 책임자로 구글 출신의 전문가 A씨를 채용하려다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거의 최종 단계에서 A씨가 미세먼지로 희뿌연 서울 도심 사진을 보여주며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A씨 스카우트를 맡았던 삼성 임원은 “어린 자녀들과 들어와서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게 고사 이유였다”며 “대기 오염이 유능한 인재 입국까지 가로막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 추위ㆍ먼지 피해 동남아로 

영하의 추운 날씨에 겨울이면 더욱 심해지는 미세먼지 문제. 한국을 생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한국인, 특히 노약자들에게는 갈수록 용인할 수 없는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하노이에서 베트남 국회의원들을 만난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제력을 갖춘 은퇴자들이 따뜻한 날씨와 맑은 공기를 찾아 베트남에 와서 지내고 싶어도 비자 문제가 걸린다”며 “‘요양비자’ 신설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요구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베트남 국민들에 대한 비자 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한 데 따른 반대급부 차원이지만, 의회 차원에서도 한국의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반영, 정부의 신남방정책 목적지인 동남아 국가들과의 인적 교류를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퇴한 많은 한국인들이 이 같은 문제로 이민공사 등을 통해 ‘은퇴이민’을 고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민을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언어소통 문제를 비롯해서 음식, 의료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수반되는 탓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완전한 이주가 아닌, 월 또는 계절 단위로 ‘잔인한 계절’을 피해 해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추위와 더위를 피하거나 보다 나은 공기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형식이다. ‘요양비자’도 이 같은 수요 대응이 주목적이다.

이미 이 같은 수요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중부 다낭과 남부 호찌민시의 경우 단기 임대 아파트는 거의 소진된 상태다. 다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부동산 중개업무를 보고 있는 천모(47)씨는 “젊은 층에서 유행하던 동남아 한달 살기 바람이 이제는 나이 지긋한 분들로 확산하고 있다”며 “다낭 직항편이 뜨는 대구, 광주, 청주 등 지방에서도 많이 찾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수는 32만4,545명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 인기지역 단기 임대료 강세 

천씨에 따르면 지난 가을까지 1개월 이상 장기 임대시 하루 20달러 수준이던 방값은 1월 현재 30달러 수준으로 50% 가량 뛴 상태. 2성급 레지던스형 호텔 기준 60㎡ 면적에 방 2개, 거실과 부엌, 욕실을 갖춰 한 두 사람이 지내기에는 무리 없는 수준이다. 호찌민 현지 부동산 업체 대표 제이슨(35)도 “한국, 중국, 일본에서 저렴한 생활비와 따뜻한 날씨를 찾아서 온 장기 관광객들로 지난달부터 1, 2개월 단기 아파트는 대부분 소진되고 개인들이 에어비앤비, 아고다 같은 숙박시설 소개앱을 통해서 내놓은 소형 아파트 가격도 강세”라고 전했다.

‘저렴한 생활비와 좋은 날씨’ 조건은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에 자녀 교육 문제로 거주하고 있는 김모(53)씨는 “국제학교까지 잘 갖춰져 젊은 부부 비중이 상당한 편”이라며 “최근엔 일찍 은퇴한 한국인들도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여건까지 충족시킨다면 체류기간과 연령대가 넓어진다. 영국 패링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학교 정보업체 ISC에 따르면 인구 2,700만의 말레이시아에는 170개의 국제학교가 있다. 그 열 배 인구 인도네시아에는 190개의 국제학교를 갖고 있으며 태국(181개), 베트남(111개) 등도 늘어나는 체류 외국인들의 자녀 교육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10년 장기체류 비자프로그램인 MM2H(Malaysia My Second Home) 등을 이용해 외국인 유치에 나서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2002년부터 MM2H 프로그램을 이용한 가입자들의 말레이시아 경제 기여도를 환산하면 140억링깃(약3조8,500억원) 수준”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비자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 의료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병원, 언어, 커뮤니티 변수 

세계 각국 민간 기관들은 치안, 날씨, 생활비, 생활 인프라, 교육 환경, 의료시설, 의사소통 등을 평가해 매년 ‘은퇴 후 살기 좋은 곳’ 순위를 발표한다. 자산평가사 ‘Natisix’가 발표하는 ‘글로벌 은퇴 지수’(Global Retirement Index) 등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말레이시아가 가장 선호된다. 장기 체류에 필요한 비자 프로그램이 잘 돼 있고, 의사소통(영어), 높은 수준의 생활 인프라가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태국도 잘 갖춰진 의료시설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인근 나라에 체류 중인 많은 외국인이 병원 진료를 위해 태국을 찾고 있을 정도다. 필리핀은 생활비와 의료시설 수준은 태국과 비슷하지만 영어가 공용어인 게 장점, 상대적으로 낮은 치안은 단점으로 꼽힌다.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는 베트남은 높은 수준의 치안과 함께 저렴한 생활비가 장점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이용할 만한 의료 시설이 부족한 것은 단점이다. 일반인들의 장기 체류를 위한 비자프로그램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베트남을 찾는 배경은 교민 규모가 동남아에서 가장 크고, 그에 따라 형성된 한인타운에서는 외국어, 음식 등에서 스트레스가 거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노이ㆍ다낭ㆍ푸트라자야(말레이시아)=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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