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후진국형 감염병’인 홍역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7일 대구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이후 21일 서울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발병 지역은 대구, 경기, 전남에 이어 서울로도 확대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서울, 전남 신안군, 경기 안산ㆍ안양시에서 각각 한 명씩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는데 이 중 서울 확진자는 지난 7일 확진된 것으로 2주나 지나 공개된 것이다. 대구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이래 35일 동안 홍역 환자가 30명으로 늘었다. 올 1월 확진된 홍역환자는 24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숫자다. 우리나라의 홍역환자는 2014년 442명이 발병한 이후 매년 20명(지난해ㆍ잠정치)을 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06년 홍역 퇴치선언을 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인증을 받았지만, 한국인들이 해외 여행지로 많이 찾는 유럽·중국·태국·필리핀 등에서 홍역이 유행한 탓에 국내서도 소규모 유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유행 역시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모두 해외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역 홍역환자 17명의 바이러스 유전형은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유행 중인 B3형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 안에서 영유아와 의료기관 종사자를 중심으로 전파된 것이 특징이다. 경기지역 환자(10명)들은 D8형으로 영유아 환자 5명 모두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으며 같은 시설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전남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환자들 역시 각각 태국과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공기 중으로 전파되며 발병 초기엔 기침과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발진이 얼굴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진다.
홍역 예방에는 예방접종이 필수적이다. 면역 항체가 없는 사람이 환자를 만났을 경우, 발병할 확률이 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성인이라도 예방 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최소한 1번은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좋다. 1회 접종만으로도 93% 감염을 막을 수 있고. 2회 접종할 경우 97% 예방 가능하다. 영유아기에 접종 2회를 마친 사람은 추가 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다. △홍역에 걸려 자연항체를 가진 1967년 이전 출생자 △홍역 확진을 받았거나 △항체가 확인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만 접종을 마친 사람이 홍역에 걸리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조자향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홍역은 보통 항체가 생기면 평생 면역이 생기지만 예방 접종을 해도 매우 드물게 홍역이 걸릴 수 있다”며 “어린이 여행객은 여행 피로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 홍역 유행국가를 여행 중인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본 관계자는“해외여행을 다녀온 이후 홍역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손을 자주 씻고,기침 에티켓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김치중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