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광주시가 21일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대상지 중 중앙근린공원 2지구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당초 금호산업㈜에서 ㈜호반건설로 바꾸기로 했다. 시가 금호산업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하겠다고 사전 통지한 지 한 달 만이다. 시는 “금호산업이 제출한 의견서를 다각적이고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라고 알 듯 모를 듯한 변경 사유를 밝혔다.
졸지에 ‘물 먹은’ 금호산업이 발끈한 건 당연했다. 금호산업은 즉각 “법적 대응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반발해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이날 금호산업 측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취소를 통보하면서 “시의 평가 오류를 바로 잡고 행정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 차원”이라고 했다. 최초 평가 과정 당시 제안서 등에 업체명을 표기했다가 감점(2점)을 받았던 금호산업의 제안서를 재평가하면서 추가로 업체명 표기 15개를 찾아낸 뒤 추가 감점을 줘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뀌게 됐다는 것이었다. 정종제 행정부시장은 “이렇다 할 귀책사유가 없는 금호산업 측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하게 된 데 대해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금호산업 측에서 대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 금호산업엔 미안하게 됐지만 어쩔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를 놓고 시가 ‘호반건설 밀어주기’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당장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이유 등에 대한 ‘내(광주시) 탓이긴 한데, 네가(금호산업) 양보해라’는 식의 시의 ‘이상한 사과’가 도마에 올랐다. 시는 “행정처분의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직권 취소한 것”이라고 했지만, 시청 안팎에선 “시가 저지른 ‘엉터리 평가(행정처분 오류)’의 책임을 업체에게 떠넘겼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시가 행정처분의 오류를 인지하게 된 경위를 놓고도 석연찮은 해명으로 논란만 키우고 있다. 정 행정부시장은 이날 “제안서 평가 이후 시중에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있었는데, 이를 불식시키고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행정부시장은 문제가 된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무슨 내용이었는지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또 ‘단순히 소문만으로 감사를 지시한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선 “떠도는 소문이라고 할 게 아니고, 종합 판단해서 감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하면서도 소문의 실체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제안서에 업체명 표기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족집게 식으로 이의제기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9월 제안서 마감 후 관련 업계 쪽에서 ’금호산업의 제안서에 하자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제안서 사전 유출 의혹도 불거졌던 터였다.
금호산업 측은 이에 대해 “시가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을 하려면 직접당사자에게 구체적인 사유를 들어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하는데 이게 빠졌다”며 “어떤 식으로 법적 대응을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는 금호산업에게 행정집행정지가처분신청 대신 곧바로 본안소송을 내줄 것을 비공식 제안해 ‘위기를 꼼수로 모면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는 호반건설과 금호건설의 합의를 전제로 일단 중앙공원 2지구 사업을 수행할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이 사업 후속 절차를 진행한 뒤 소송 결과에 따라 최종 민간공원추진자를 결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원이 금호산업의 가처분신청을수용하면 공원일몰제에 따라 내년 6월말까지 사업실시계획인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가 우선협상자 변경을 발표하면서 금호산업 측에 대승적 협조를 구한 게 바로 이를 가리킨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