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국 “전년 대비 6.6% 성장” 목표 넘었지만 톈안먼 이후 최악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6%를 기록했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사태의 충격파가 몰아 닥친 1990년 3.9%를 기록한 이후 2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급속한 경기 둔화 때문인데, 올해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1일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90조309억위안(약 1경4,910조원)으로 전년 대비 6.6%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6.5% 가량)를 달성한 것이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에도 부합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1년 9.5%를 기록하며 한자릿수로 떨어진 뒤 2015년부터는 6%대 후반대를 기록하는 등 하향 추세다. 국가통계국은 “온중구진(穩中求進ㆍ안정 속 발전)의 기조를 바탕으로 높은 질적 발전을 견지한 가운데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국민경제 발전이 합리적 구간 속에 있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는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이어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타격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발표된 4분기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와 같은 6.4%에 그쳤다. 지난해 1ㆍ2분기에는 각각 6.8%, 6.7%였지만 미국과 ‘관세폭탄’을 주고받기 시작한 후인 3분기에는 6.5%로 떨어졌고 4분기에는 그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국과의 전방위 갈등이라는 전례 없는 대외 환경 악화로 인해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6.2%로 예상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3%를 제시했고, UBS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무역전쟁 장기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 2%대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서도 투자ㆍ소비ㆍ수출 지표가 동반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8.2% 증가에 그쳐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5.7%로 연중 최저 수준에 그쳤다. 작년 1∼12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역시 5.9%로 집계돼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이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해 2년만에 가장 큰 하락세를 나타냈고, 수입 감소폭(7.6%) 역시 2016년 7월 이후 최대였다. 최근에는 경제 위기의 잠재적인 뇌관으로 거론되는 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도 뚜렷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 왔던 중국 경제가 식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버팀목으로 여겨왔던 내수시장 침체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는 29년 만에 감소했고, 최근 애플의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에서 보듯 스마트폰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일부 대도시까지 포함해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간 경제의 ‘질적 발전’ 과정에서 성장률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자위해 온 중국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감세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부쩍 강조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이미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 6개와 3개의 철도 사업을 승인하는 등 약 17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허가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부채 때문에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고,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단기정책이 쏟아질 경우 부채 축소나 공급 측 개혁 등 경제의 체질 전환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중국 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원조차 “올해 중국 경제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비관적인 한 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