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방미 등 보도 전혀 없어… 태영호 “개최 여부 자신 없는 탓”
미국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2월 말로 확정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북한 관영 매체들은 회담 개최는 물론, 김 부위원장 행보도 일절 전하지 않고 있다.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신중한 행보이자, 대미 협상이 전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미 협상을 전면에서 총괄하고 있는 김 부위원장이 평양을 떠난 지 5일이 흘렀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관영 통신), 노동신문(당 기관지) 등 대내외용 매체들은 관련 소식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만난 이후 “2월 말 언젠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며 분위기를 잡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지난해 첫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5월 말~6월 초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당시와 같은 패턴으로, 북한이 그만큼 북미 간 담판에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는 특히 정상회담 성패를 좌우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실무 협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9일(현지시간)부터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관련 소식을 보도하는 데 있어 더욱 어려움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상회담 개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북한이 여기고 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블로그 남북동행포럼을 통해 20일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겠다고 선언까지 했음에도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북한도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아직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하며, “정상회담을 진행한다는 큰 선에서는 합의하였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합의보지 못한 것 같다”고 봤다.
오랜 적대 관계였던 미국과의 관계 회복만큼은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끌고 가고 있다는 이미지를 내부적으로 구축하기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북미 간 사전 접촉 등 보도는 생략한 채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셨다”는 식으로 회담 날짜를 알렸다. 반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례 방북 및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1차를 제외하고는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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