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당 탓” 셧다운 다급함 드러내
외신 “셧다운 사태로 트럼프의 공감부족과 보복성향 드러나”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았지만,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2년 간의 성과와 비평을 압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첫 2년의 역사적 결과'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고 해외에서의 미국 리더십 회복을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워장과의 정상회담을 거쳐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으며, 미국 전쟁포로 유해가 송환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했다.
경제 분야에선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체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반면 취임 2주년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치적 보단 셧다운 사태에 대한 다급함을 드러냈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지금 장벽의 큰 부분들을 만들고 개조하고 있다. 빨리 움직이면 이전 정치인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 것"이라며 "어쨌든 건설은, 심지어 돈을 쉽게 구할 수 없을 때도,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낸시 펠로시와 일부 민주당원들은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제안을 거절했다"며 "(민주당은) 범죄와 마약 문제를 보지 않고, 이기지도 못할 2020년 대선만 보고 있다"고 했다. '드리머(불법체류 중인 아동 및 청년) 추방유예 제도인 다카(DACA) 연장과 국경장벽 예산을 맞바꾸자'는 자신의 제안을 민주당이 곧바로 거부한 데 대해 맹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펠로시는 너무 왼쪽으로 기울어져 이젠 급진적인 민주당원이 됐다. 펠로시는 당내 좌파 의원들에게 너무 겁에 질려있어서 통제력을 잃었다"며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은 냉랭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의 몇 가지 근본적 기질(fundamental traits)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셧다운 사태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 '공감 부족'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의식 부족' 그리고 자신의 정적에 대한 '보복 성향' 등이다. 앞서 신년 국정연설(연두교서)을 연기하라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 대한 보복 조치로 그의 미 군용기 이용을 불허한 행동 등을 지적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루 약 3명의 공무원들이 전당포를 꾸준히 찾고 있다"며 셧다운 사태가 이미 생계의 문제가 되고 있는 데 주목했다.
셧다운 사태 종결의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놨던 '다카 연장과 장벽 예산을 맞바꾸자는 제안'을 담은 예산안을 이번 주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법안 제출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지만,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상ㆍ하원의 문턱을 모두 넘어야 해 실제 법안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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