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을 지켜왔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의 이전이 검토된다. 그렇게 되면 광장 어디서든 경복궁과 그 너머 북악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 공모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작품 ‘딥 서피스(Deep Surface)’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2009년 오세훈 시장 당시 지금의 모습으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이 2021년 새 단장을 하게 된다.
지상은 비우고, 지하는 채우는 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밑그림이다. 정부종합청사와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가 사라지고 모두 광장으로 편입된다는 게 눈에 띄는 변화다. 현재 양쪽 5차선 한가운데 ‘교통섬’처럼 자리한 광화문광장이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확장되면서 2만4,000㎡ 규모의 ‘시민광장’이 마련된다. 그 위로 경복궁 전면에는 역사광장(3만6,000㎡)이 조성된다. 기존 10차로 차선은 6차로로 줄인다. 광화문광장 어디서나 경복궁과 그 뒤 백악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지상의 구조물도 정리할 계획이다. 당선작은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각각 세종문화회관 옆과 정부종합청사 앞 옛 삼군부 터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사위원회는 이순신상의 경우 존치하고, 세종대왕상은 이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 시장은 “국민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당선작 설계자나 심사위원들의 논의로 (동상 이전이) 결정됐다 말하기 어렵다”며 “연말까지 공론 과정을 통해 충분히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지하에는 광역철도까지 5개 노선이 지나는 초대형 복합역사(驛舍)가 들어선다. 강남 지역의 ‘영동대로 복합역사’에 견주는 강북 도심권 대중교통 허브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강남ㆍ북 간 도심 연결축을 강화하고, 서울의 균형발전을 앞당기는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파주 운정~서울역~화성 동탄)의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이 추진된다. GTX-A노선과 선로를 공유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도 광화문을 지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단절돼 있는 광화문역과 시청역 350m 구간을 연결해 기존 5호선 광화문역, 1ㆍ2호선 시청역까지 연계한다. 이원목 시 교통기획관은 “초기 광화문 역사가 빠진 상태로 민간사업자가 선정됐지만 국토교통부도 GTX-A노선에 광화문역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에 없던 역사를 시의 요구에 의해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 문제를 향후 협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예산 10억원을 들여 연내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국토부와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GTX-A노선이 2023년 개통 예정인데다 지하철 분당선 이매역처럼 추가로 역사가 신설된 전례도 있는 만큼 행정적ㆍ기술적 문제는 없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끊겨있는 지하 공간의 세종ㆍ충무공이야기와 광화문역 사이 45m도 연결해 광화문~시청~을지로~동대문까지 4㎞에 이르는 지하 보행길도 만들 예정이다.
시는 다음달 설계계약을 맺고, 연내 설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시 예산 669억원과 문화재청 예산 371억원 등 총 1,040억원을 투입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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